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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가족을 연결하는 다정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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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족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다가도, 때로는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무심해지거나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족 안에서 '함께함'의 안락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나만의 공간'을 갈망하는 모순적인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너무 꽉 쥐면 부서지고, 너무 느슨하면 멀어지는 이 관계의 적정 온도는 몇 도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서로를 더 지혜롭게 사랑하고 건강하게 연결되는 방법을 보여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일상의 온기를 나누는 '허젤리흐'한 삶

'진돗개 두 마리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의 표지

우리는 종종 행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유예하곤 합니다. 더 좋은 집, 아이의 성적, 노후의 안정을 위해 오늘 가족과 눈 맞추는 시간을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나요? 박혜령 작가의 '진돗개 두 마리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박혜령 지음)는 행복이 먼 미래의 성취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뉴요커로서 치열하게 살았던 저자는 네덜란드 시골 마을로 터전을 옮기며 삶의 속도를 늦춥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허젤리흐(gezellig)'라는 독특한 삶의 태도가 있습니다. 이는 따스한 관계 속에서 느끼는 아늑함과 충만함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단어입니다. 촛불을 켜고 가족과 둘러앉아 저녁을 먹거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비를 맞는 소소한 순간들이 모두 '허젤리흐'한 순간이지요. 작가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성취를 좇는 대신, 가족이 함께하는 소박한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강조합니다.

책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나의 가족이 느끼는 즐거움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가 가족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저자가 직접 찍은 평온한 풍경과 사랑스러운 진돗개 봉순, 봉택의 사진들이 지친 마음에 쉼표를 찍어줍니다. 진돗개들과 드넓은 초원을 달리고 시아버지와 오픈카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친구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일상은 화려하지 않아도 반짝입니다. 효율보다는 균형을, 성취보다는 여유를 택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의 하루를 다정하게 묻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충만해질 수 있습니다. "잘 사는 것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네덜란드식 행복론은 효율과 결과만을 강요받느라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웃을 시간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삶의 방향키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다정하게 일러줍니다.

◆ 낯선 거리가 선물해 준 엄마의 재발견

'엄마만의 방'의 표지

가족과 늘 함께하는 것만이 사랑일까요?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들고 미처 몰랐던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엄마만의 방'(김그래 지음)은 물리적 거리가 가져다준 심리적 연결에 대한 따뜻한 기록입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공간조차 없었던 엄마가 쉰이 넘은 나이에 베트남으로 일하러 떠납니다. 저자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가려져 있던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책의 백미는 딸인 작가가 엄마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엄마와 더 깊이 공명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늘 완벽하게 집안일을 해내던 엄마도 사실은 나처럼 미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을, '언젠가' 가고 싶다던 여행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되지요. 늘 걱정과 염려의 대상이었던 엄마는 어느새 딸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든든한 동료이자 친구로 다가옵니다. 서로를 소유하려 하거나 역할에 가두지 않고 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인정하고 응원할 때 가족의 사랑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이 책은 헐거워진 관계가 두려운 이들에게, 건강한 거리두기가 오히려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담담한 문체로 위로합니다. 서로를 소유하려 하거나 역할에 가두지 않고 각자의 고유한 삶을 응원해 줄 때 가족의 사랑은 더욱 깊고 넓어집니다. '엄마'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연결이 아닐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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