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대학교 졸업식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축사 대신 총장이 직접 준비한 '마지막 수업'이 진행됐고, 식품영약학과의 세 모녀가 함께 졸업식 학사모를 썼다.
6일 열린 대구보건대 제53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남성희 총장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짧은 강의 형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졸업식은 '지루한 훈화와 축사에서 벗어나 졸업생이 주인공이 되는 자리로 돌아가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남 총장은 박수로 소비되는 축사 대신, 대학 생활의 끝자락에서 교육자가 학생에게 전할 수 있는 마지막 강의를 선택했다. 졸업식이라는 형식 안에서 배움과 성찰을 함께 남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구성이다.
강의에서 남 총장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전문직으로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정답보다 태도', '속도보다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기 성취보다 평생을 관통하는 역량, 직무 능력 이전에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기준에 대해 차분한 언어로 메시지를 전했다. 화려한 수사나 감정에 호소하는 말 대신, 졸업 이후 삶을 스스로 설계해야 할 시점에 던지는 질문들이 강의의 중심을 이뤘다.
행사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처음으로 졸업식에서 메모를 하게 됐다", "축사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에도 강의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졸업생 대표로 나선 윤도경(26․물리치료학과) 대의원 의장은 "지금의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며 "학교에서 배운 가치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보건대 측은 이번 졸업식을 단순한 형식 변화가 아닌, 대학이 졸업생을 사회로 보내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졸업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축하의 말보다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메시지라는 판단에서다.
또 이날 2024년 대구보건대에 입학해 식품영양학과에서 함께 공부한 배점숙 씨(60)와 두 딸 김보라 씨(34), 김여울 씨(30) 세모녀가 함께 졸업해 눈길을 끌었다.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배 씨는 간호 지식에 영양학적 전문성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식품영양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두 딸은 어머니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하는 것이 목표였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시간을 쪼개야 했지만, 함께 졸업까지 이뤄냈다. 어머니는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질병 관련 과목에서 강점을 보였고, 이과 전공인 딸들은 기초 전공 과목에서 든든한 설명자가 됐다. 세사람은 제49회 영양사 국가시험에 모두 합격하기도 했다.
배 씨는 "나이와 상황을 이유로 미뤄왔던 배움이었지만, 대구보건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보낸 2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다"며 "도전을 가능하게 해준 교육환경과 가족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준 대구보건대 총괄부총장은 "졸업식은 끝이 아니라 배움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출발점"이라며 "총장이 직접 전한 마지막 강의가 졸업생들에게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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