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들은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사유·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사적인 일기부터 자전적 에세이까지, 최근 들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또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처럼 한 시대를 기록한 개인의 일기는 향후 역사의 귀중한 사료나 문학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찌감치 기록의 힘을 믿고 30여 년간 학생들의 일기 쓰기에 헌신해 온 비영리 민간단체(NGO)가 있어 눈길을 끈다.
◆ 학생 일기 쓰기에 온 힘 바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는 1991년 창립 이래 인간 존엄과 생명 존중, 인성 회복을 위한 사회운동을 전개해 온 NGO다. 청소년 인성교육, 학교폭력(학폭) 예방, 가정·사회 공동체 복원 등 다양한 국민운동을 통해 인류의 기본 가치인 사랑과 책임, 존중의 문화 정착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인추협의 핵심 사업은 '사랑의 일기 운동'을 중심으로 한 인성·정서 교육의 현장화이다. 사랑의 일기 운동은 1992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된 인성교육 실천 캠페인으로, 매일 일기 쓰기를 통해 감정조절 능력·성찰력·공감력·책임감 등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 전국 1천2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사랑의 일기 운동에 참여했다.
인추협은 가정과 학교에서 매일 일기 쓰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신청 학교 및 기관에 일기장 제작·보급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랑의 일기 지도교사를 양성해 교사 연수, 학교 단위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일기 쓰기를 교육과정과 연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아울러 매년 '사랑의 일기 큰잔치'를 개최해 학생들의 일기와 글쓰기 작품을 통한 인성교육 성과를 공유·확산시키고, 일기 쓰기와 학폭·자살 감소 연계 등 학교 현장 사례를 수집·분석해 정책 제안으로 연결한다.
이 외에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체험전시, 합동 캠페인, 수상 작품집 출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6·25 참전영웅 지원 사업을 비롯한 각종 사회공헌 활동과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일기 쓰기 운동 확산
인추협은 현재 170여 개의 학교·기관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일기장을 무료로 보급하고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일기 쓰기 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최근 들어 사랑의 일기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한때 사랑의 일기 운동 불모지였으나 학급 단위로 참여한 교사들이 하나둘씩 일기 쓰기 효과를 체감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학교의 전교생, 타 학교로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대구는 남송초, 동도초, 황금초, 서대구중, 소선여중 등을 포함한 9곳, 경북은 경주 모아초, 구미 비산초, 상주 중앙초, 포항 중앙초, 영천여중 등을 포함한 10곳에서 사랑의 일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지역 학교·학생의 수상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인추협은 매년 하반기 '사랑의 일기 큰잔치'를 열고 일기 쓰기 공모전을 통해 수상 작품을 발표한다. 올해 대구 남송초는 '2025 사랑의 일기 큰잔치'에서 학교 단체 대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올해 대구 지역 최초로 소선여중 1학년 최별 학생이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별 학생은 2021년부터 5년간 개인적으로 사랑의 일기 운동에 참여하며 매년 일기 공모전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최별 학생은 "일기 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며 "작년에는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출간되고 출판 기념회에서 사인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올해 공모전 수상작이 담긴 '2025년 사랑의 일기 모음집' 출판 기념회가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 75개 중 11개가 대구 학생 작품으로 전국 최다이기 때문이다.
◆자기 성찰 통해 올바른 인성 함양
인추협은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에 일기 쓰기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사랑의 일기 운동이 단순한 글쓰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기 삶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작은 실천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품성과 양심을 회복하게 하는 생활 속 인성교육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또 일기 쓰기는 ▷감정 표현과 정서적 안정 ▷글쓰기 능력 및 사고력 향상 ▷부모·교사와의 소통 기회 제공 ▷기억과 추억의 기록 ▷꾸준한 습관 형성 등의 효과도 가져온다.
이러한 일기 쓰기 효과를 뒷받침하는 현장 사례, 통계 자료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인추협은 지난 2023년 5월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과 '나와의 만남 글쓰기'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관내 청소년 자해·자살률이 높았던 학교 12곳, 학생 4천500명을 대상으로 일기장을 배부하고 1년간 일기 쓰기 운영을 지원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일기 쓰기 이후 학교 상담 건수 기준 학생 자해·자살시도 학생 비율이 전년 대비 강서구는 1.3%포인트(p), 양천구는 1.8%p 감소했다. 학폭 심의 건수도 ▷2022학년도 345건(서울 지역 1위) ▷2023년 492건(1위) ▷2024년 110건(5위)으로 대폭 줄었다.
대구 남송초는 인추협 지원을 받아 지난 2023년 3월부터 약 2년 동안 전교생 240명을 대상으로 매일 '10분 아침 일기 쓰기'를 진행했다. 이후 학생 간 갈등 상담 및 징계 건수는 85%, 학폭 전담 기구(Wee클래스) 상담 건수도 60% 각각 감소했다. 그 결과 2024년 학폭 발생 건수 '0건'을 기록하며 대구시교육청 학교폭력예방교육 우수학교(교육감 표창)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학교가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사 97%가 "일기 쓰기 이후 학생들 간 언어폭력, 따돌림이 체감적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학부모 90%는 "아이의 대화량이 늘고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다"고 응답했다.
인추협 관계자는 "서울 강서·양천구와 대구 남송초 등의 사례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자기표현과 내면 성찰이 결합된 인성교육의 필연적 결과"라며 " 인공지능(AI) 시대 속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의 복원을 위해 사랑의 일기를 통한 인성·정서 회복 운동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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