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위, 12·29 여객기 참사 공청회 예고…유가족 반발 속 개최 불투명

4~5일 조사 결과·기술 분석 공개…조류·둔덕·기체·운항 4개 세션
유가족협의회 "독립적 조사체계 마련" 촉구…삭발식·노숙 농성 돌입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연 '공청회 및 중간발표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12·29 여객기 참사'를 둘러싸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와 기술 분석 내용을 공개하는 공청회를 연다. 그러나 유가족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며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열릴지부터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조위는 1일 "오는 4~5일 서울 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12·29 여객기 참사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청회는 사고의 최종 결론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중간보고 단계에서 조사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기술적 분석 결과를 검증받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공청회가 "사고 원인을 확정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조사 근거를 점검하는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류 충돌부터 엔진 데이터까지…4개 세션 공개

사조위에 따르면 공청회는 ▷조류 충돌 ▷방위각지침·둔덕 ▷기체·엔진 ▷운항·인적요인 등 네 개 세션으로 나뉘어 설명과 논의가 진행된다. 먼저 조류 세션에서는 무안공항 주변 조류의 분포와 이동 특성, 사고 당일 항공기와 조류가 어떤 경위로 충돌했는지 기술용역과 전문기관 자문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가 공개된다. 조류 충돌 여부와 실제 영향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핵심이다.

방위각지침·둔덕 세션에서는 규정 준수 여부와 둔덕 충돌 당시 항공기의 속도·충격량을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제시한다. 둔덕의 위치에 따라 피해 규모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는지 등 구조적 요인도 분석한다. 충돌 직후 발생한 폭발과 화재가 사고 결과에 미친 영향도 기술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기체·엔진 세션에서는 사고 후 회수된 기체·엔진 잔해 분석과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전자엔진제어장치(EEC) 등 각종 데이터 기반 기술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통합구동발전기(IDG) 관련 기록 역시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토한 내용을 제시할 예정이다.

운항 세션에서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항공교통관제(ATC), 폐쇄회로(CC)TV, FDR 등 운항 관련 정보를 종합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파악된 인적 요인 분석 결과도 설명한다.

사조위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기술 검증 내용을 반영해 추가 조사와 보완 분석을 이어가겠다"며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며 사실과 근거에 기반한 조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유가족, 삭발·노숙 농성 돌입…이번에도 '발표 무산' 재연되나

그러나 공청회 자체가 순조롭게 열릴지는 미지수다. 이날 유가족협의회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조위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사조위의 독립적 조사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현장에서 유족 5명은 삭발식을 진행했고, 공청회 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노숙 농성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6일에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조위의 공청회 개최에 반발하는 유가족들을 면담하기 위해 무안공항을 찾았지만, 분향소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유족 측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은 지난 8월에도 사조위가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담은 조사 결과를 내놓자 강하게 반발(관련 기사 무안공항 참사 "조종사 과실" 조사결과에 유족·조종사 반발)했다. 이에 앞선 7월에도 사조위는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유가족 항의로 발표를 전격 취소(관련 기사 제주항공 참사 엔진조사 발표 무산…유족 격앙 "신뢰못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김유진 유가족 대표는 "179명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며 "현재도 전국 6개 공항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설치돼 있어 오늘이라도 '제2의 제주항공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조위의 조사 공개 절차가 또다시 좌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연 '공청회 및 중간발표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이재명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