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만취한 승객의 차량에 매달려 1.5km가량 끌려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망한 피해자가 마지막까지 승객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MBC에 따르면,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10년 넘게 대리운전을 해온 60대 가장인 A씨가 술에 취한 30대 남성 B씨의 차량을 대리운전하다가 변을 당했다. B씨는 A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한 후 운전대를 잡았고, A씨는 안전벨트조차 풀지 못한 상태에서 차량에 매달린 채 끌려가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일 A씨의 마지막 통화 녹취에는 고객을 향한 책임감 있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A씨는 당시 "빨리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운행에 나섰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는 B씨가 A씨에게 일방적으로 욕설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성노근 대전유성경찰서 형사과장은 "피의자가 대리기사한테 일방적으로 욕설하는 그런 음성이 많고, 그 대리기사는 '잘할게요. 잘할게요.' 이런 달래는 그런 멘트가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A씨 측 유족은 "저희 아버지의 삶 자체가 너무 고됐다. 아버지 친구분들께도 '곧고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리기사들이 폭언이나 위협에도 대응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구조적인 노동 환경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고객과 갈등이 생기면 기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려져 해당 지역에서 배차가 중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운행을 중단하면 업체로부터 수 시간 배차 제한을 받거나, 요금을 받지 못해도 약 2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불이익도 따른다.
또 업체가 콜마다 점수를 부여해 일정 점수를 채워야 다음날 배차 우선권을 주는 구조 탓에 기사들은 신고나 조사를 받으러 가는 시간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현실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대리기사 10명 중 약 7명이 운행 중 폭언·폭행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B씨는 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B씨는 지난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자신을 태우고 운전하던 대리기사 A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어낸 뒤 문이 열린 상태로 약 1.5㎞를 운전하며 도로 보호난간을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유성구 문지동에서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B씨를 불러 충북 청주로 이동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B씨는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으며,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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