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1차·2차 명청대전 1승1패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대표가 밀어붙인 '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12월 5일 중앙위원회 개최) 부결됐다. 지난 8월 당 대표를 선출하는 '1차 명청대전'(전당대회)에서는 정 대표가 승리했지만, '당원 1인 1표제'로 격돌한 '2차 명청대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장악력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민주당의 '1인 1표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바꾸는 개정안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로 인정됐다. 정 대표는 친명계인 박찬대 후보와 격돌한 8월 당 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표당 반영 비율이 높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박 후보에게 패했다.
정청래 대표가 친명계의 강력 반발에도 '당원 1인 1표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권리당원 표 가치를 대의원 표 가치와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2026년 8월 당 대표 선거에 재도전하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명-청 충돌 계속될 수밖에
정 대표는 내년 8월 당 대표에 재선되어야만 2028년 4월 총선에 '친정청래' 인사를 대거 공천할 수 있다. 이번에 '1인 1표제' 달성에 실패했지만 정 대표는 이를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명청대전'은 '현재 권력' 이재명 대통령과 '미래 권력'이 되고자 하는 정청래 대표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최고위원 보궐선거(내년 1월 11일)를 준비하고 있다. 최고위원 3명을 선출하는데, '친명'과 '친청'에서 각각 3명의 후보가 나섰다. 잔여 임기 6개월짜리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친명'과 '친청' 인사들이 대거 도전한 것은 이 싸움이 '명청 대리전'이기 때문이다. 당권을 장악하자면 최고위원 숫자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니 말이다.
▶ '개딸'을 기준점에 둔 정치
문제는 민주당 당권 장악을 위한 두 사람의 전략이 이른바 '개딸'로 통하는 강성 지지층의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권을 잡자면 강성 지지층이 좋아할 언행과 정책을 쏟아내야 하는데, 이 정책과 언행이 대한민국에 해롭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 후보는 "국민의힘 해산 추진, 내란세력 척결, 검찰·사법·언론 개혁 빠르게 추진" 등 끊임없이 강성 메시지를 쏟아냈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고, 잘 먹혔다.
▶국힘 공격, 실은 내부 겨냥
정 대표만 강성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은 아니다. '당원 1인 1표제' 개정을 놓고 다툰 2차 '명청대전'을 앞둔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는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이 영원히,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3일에는 "내란 사태는 진행 중이며 몸속 깊숙이 박힌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입법부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잘 행사할 것" "내란 사태는 현재 진행 중, 진압 과정" "2차 종합특검 가동" 등 발언이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화였다.
이 거친 포화의 외견상 탄착점(彈着點)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었지만 '개딸들'의 귀와 눈을 집중시켰고, 결과적으로 포탄은 정청래 대표 진영에 떨어졌다. 강성 발언으로 '개딸들'의 시선을 휘어잡고 있던 정 대표의 선명성을 희석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1인 1표제 개정안 표결에서 정 대표의 공세를 막아냈다.
▶포퓰리즘으로 쇠퇴한 나라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었다. 하지만 후안 페론 대통령이 1946년부터 10년간 집권하면서부터 포퓰리즘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보편 복지와 무리한 임금 인상, 민간기업 규제 강화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국민 자산 가치는 급락했고, 해외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페론주의에 반대하는 정권이 잠시 들어섰지만 경제가 하루아침에 나아질 리 없었고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그러자 페론주의를 계승한 세력이 잇따라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현금 지원, 무상 주택 공급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을 확대했다. 결국 국민들에게 장기적 고통을 안기고, 국가를 돌이키기 힘든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포퓰리즘은 경제정책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강성 발언이 모두 '개딸 포퓰리즘'이다. 검찰청 폐지,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위헌 제청을 무력화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4심제, 2차 특검 등이 모두 이른바 '개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들이다. 이를 통해 개딸의 지지는 얻겠지만 한국 사법제도, 삼권분립, 민주주의를 흔들 것은 불문가지다.
▶정치 포퓰리즘 먹구름이 온다
'1차 명청대전'과 '2차 명청대전',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인 '명청 대리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및 그 이후 있을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명청'은 유례없는 유혈 전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로서는 당장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자기 계파를 심어 당 장악력을 강화해야 하고, 내년 당 대표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그것에 실패하면 '미래 권력'은 물거품이니 말이다.
이 대통령 입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우군들로 최고위원을 구성하고, 장차 대표직도 친명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임기 동안 민주당의 굳건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순조롭게 덜 수 있다. 나아가 친명계를 차기 대통령으로 밀어야만 임기를 마친 후에도 안전할 수 있다.
위험한 것은 두 사람이 '개딸' 결집을 위해 쏟아내는 거친 언행과 정책들이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저질 경제'로 주저앉았다면, 대한민국은 '저질 정치'로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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