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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수용] 디지털 자아(自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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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어떤 사람을 특정인으로 규정짓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얼굴이 바뀌었고 지문도 사라졌으며, 심한 충격으로 기억마저 잃었다면 과거의 자신으로 살 수 있을까? 물론 법적, 의학적 수단을 동원해 정체성(正體性)을 찾을 수 있다. 유전자 정보나 뼈와 치아의 모양, 의학적 치료 흔적, 홍채와 망막혈관 패턴 등은 특정인을 구분하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나와 주변인의 기억을 통해 이뤄지는 상호 교감이 불가능하다면 과연 원래의 자아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현실 공간이 아닌 디지털 세상이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유전자나 의학 정보를 통한 존재 입증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내 머리에 저장된 기억도 전혀 역할을 못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규정짓는 것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휴대폰 번호, 계좌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다. 이런 정보를 누군가 갖고 있다면 제2, 3의 디지털 자아를 만들 수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거의 모든 거래가 비대면(非對面)으로 이뤄진다. 포털사이트, 신용카드사, 쇼핑몰 등에서 빠져나간 정보의 퍼즐을 조합하면 새로운 '나'가 생겨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연간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2022년 64만여 건에서 2023년 1천만 건 이상으로 15배 이상 급증했다. 특수한 경로로만 접속 가능한 인터넷 세계인 다크웹에선 개인정보가 상품처럼 거래된다.

단순히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정도가 아니라 전자상거래 기록, 배달 이용 내역 등 특정인의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까지 줄줄 새어 나가고 있다. 이런 사생활 정보까지 손에 쥐었다는 것은 훨씬 교묘하고 지능적인 범죄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음성과 영상까지 가세하면 개인이 이를 가려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디지털 자아를 지키기 위해 유전자나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發想)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다국적 제약 회사, 거대 보험사 등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특정 기관이 보관 중인 건강 관련 빅데이터가 유출된다면 상상을 능가하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디지털 정보로는 구분이 불가능한 도플갱어가 탄생한다. 바로 지금 그런 세상이 펼쳐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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