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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100년 된 부산 창고서 대규모 개인전 여는 길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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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전속작가…청도 동제미술관서 작업해와
1천485㎡ 규모 전시장에 대형 작업 100여 점 전시
내년 2월 22일까지 부산 영도 스페이스 원지

최근 청도 동제미술관 작업실에서 만난 길후 작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연정 기자
최근 청도 동제미술관 작업실에서 만난 길후 작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연정 기자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서울 대형 화랑 학고재 갤러리의 전속작가인 길후 작가가 고향인 부산 영도의 스페이스 원지에서 12일부터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생의 3분의 2 가량은 대구·경북에서 보냈다. 계명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SAC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주목 받았다.

돌연 중국으로 떠나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은둔하다시피 그림만 그리던 시절도 있었고, 다른 작가들과 일절 교류 없이 미술계의 '아웃사이더'처럼 작업해왔다. 지금은 경북 청도의 동제미술관에 작업실을 두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기장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의 개인전 이후 1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장 '스페이스 원지'는 100년 된 낡은 보세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 실제 선박이 접안하는 항구 바로 앞에 자리해 이색적인 풍경으로 이미 유명하다. 칠이 벗겨진 거친 벽면과 벽돌 기둥 등 100년 전 원형을 거의 보존하고 있어 독특함을 더한다.

공간의 분위기가 워낙 강렬한 데다 전시장 규모도 1천485㎡에 달한다. 개인전을 열기에 작가로서 망설여질 법한데, 그는 자신 있게 대형 평면 작품과 입체 작품 100여 점을 꺼내보였다.

최근 청도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오래전부터 탐구해 온, 마음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기억을 담아낸 다양한 시리즈를 내걸었다"며 "뚜렷한 형태보다 빛과 어둠이 부드럽게 스며들며 잠시 떠올랐다 사라지는 감정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작업 '현자(賢者)' 연작도 전시된다. 10여 년 전부터 이어오며 오랜 변화와 층을 쌓아가는 이 시리즈는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존재의 모습과 마음의 흔들림을 천천히 담아냈다. 그러한 노력이 겹겹이 지층을 이룬 작품을 보면,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내면의 여러 순간들을 마주하는 느낌을 준다.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길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 스페이스 원지. 작가 제공

그가 처음 미술할 때의 마음으로, 45년 만에 연필을 들고 종이 앞에 앉아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무한한 선들이 모여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면을 만들었다. 다른 작품들이 물감 또는 모델링페이스트를 더해 부조회화처럼 강한 마티에르를 발산하는 반면, 연필로 그린 작품은 화면 속으로 침잠하듯 깊은 입체감을 보여준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인물에게서는 마치 불상과 같은 숭고함이 배어나온다.

그는 앞선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물에 뚜렷한 표정이나 시선을 그려내지 않는다. '자아가 담기지 않는 그림'을 추구하기 때문. 그는 "많은 작가들이 자아 표현을 목적으로 작업하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없다"며 "그림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면 싫증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버리고, 잊은 채로 그저 붓이 가는 대로 선을 그어야 깊은 내면이 표현된다. 내가 만족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의도대로 되지 않은 실패한 그림이 진짜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 제목은 '무량대수(無量大數)'다. 우리가 감각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끝없이 넓고 큰 세계를 의미한다. 수많은 선과 면을 중첩하고 깎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이 걸려 작품을 완성하는 그의 작업과도 이어진다.

작가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마음속에서는 누구나 끊임없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흔들리고 움직인다"며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붙잡으려 하는 대신 찰나를 그대로 작품 속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화업 40여 년,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작업에만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평생 화가로 살아온 길, 정말 불후의 명작 하나를 남겨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을 만들고 싶은 바람, 그 하나 만을 보고 달려가는 겁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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