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죠. 오늘은 꼭 해내보겠습니다"
9일 오전 대구 팔공산 동화사 템플스테이 마루. 긴장한 표정의 남녀 24명이 나란히 앉아있다. 녹음이 우거진 천년고찰 곳곳에서 오간 대화는 불경이 아니라 취미와 이상형 이야기였다. 연애 예능을 연상케하는 분위기 속에 동화사는 이틀간 '소개팅 사찰'로 변신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마련한 미혼 남녀 만남 프로그램 '나는 절로, 동화사' 현장이다. 이번 행사 신청에는 1천602명의 남녀가 몰렸다. 남성 855명, 여성 747명으로 지난해 신흥사 편에 이어 전국 두 번째 신청률을 기록했다.
참가자 선정 과정은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밤을 새워 신청서를 봤다"며 "연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는 분, 자기관리가 잘 된 분을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심야 데이트"라며 "다른 사찰에서는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화사 연수원장 혜문스님은 "요즘 시대에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커플 성사율을 높이기 위해 나이대와 성향도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웃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한 남성 참가자는 직접 구워온 과자를 나눠주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쑥스러운 웃음 사이로 참가자들은 직업과 취미, 연애관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꽃밭 꿈을 꾸고 왔는데 꽃 같은 분들이 많다" "절 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을 만나고 싶다" "일과 집만 반복하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 "실제 커플 성사가 많이 된다고 해서 지원했다" 등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기대와 긴장을 담아 한마디씩을 이어갔다.
나는 절로 참가 소식에 주위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 참가자는 "친구들이 옷부터 연애팁까지 다양한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준 직장 동기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며 "커플이되면 주위에 참가소식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소개가 끝난 뒤에는 상대방의 소지품을 고르는 방식의 '랜덤 데이트'가 이어졌다. 두 사람씩 짝을 이룬 참가자들은 동화사 경내를 함께 걸으며 운동, 종교, 결혼관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점심 공양 데이트에서도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이 계속 됐다.
오후 들어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참가자들은 댄스와 노래, 시낭송, 악기 연주까지 각양각색의 장기자랑을 선보이며 숨겨둔 매력을 뽐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면서 어색한 공기도 조금씩 풀려갔다.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회색 법복으로 갈아입고 1대1 차담, 저녁 공양 등 늦은 밤까지 데이트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 남성 참가자는 "다들 매력이 있어서 갈피를 못 잡겠다"며 "누구와 더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분위기가 가장 크게 풀린 건 밤 시간대 프로그램인 '수다삼매경'이었다. 선당 곳곳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최종 선택 끝에 이번 동화사 '나는 절로' 프로그램은 마무리 됐다. 이번 동화사 '나는 절로' 프로그램에서는 최종적으로 8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동화사 주지 선광스님은 "동화사를 찾은 사람들은 좋은 기운을 받아 간다고 생각한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편안하게 즐기며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앞으로도 권역별 사찰을 중심으로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댓글 많은 뉴스
靑 "국민의힘 반대로 개헌 무산 유감…국민 납득 어려울것"
주한미군 사령관 규탄…'美대사관 진입 시도' 대진연 회원 8명 연행
울분 토하며 눈물 훔친 우원식 "개헌안 본회의 상정 않겠다" 선언
경찰, '학력 비공개·인사 개입 의혹' 김현지 청와대 부속실장 고발 각하
金 "4호선 모노레일" vs 秋 "남부 반도체 벨트"…대구시장 후보 정책대결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