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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자영업자]2025년 버틴것만으로 대견하다…버티지 못한 가게들 줄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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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잃은 동성로 중심부…세 집에 한 곳 꼴 '임대' 현수막
중심 상권 4곳 중 1곳은 비어…대구, 청년 인구유출은 계속
"소셜커머스·온라인 쇼핑…상권 다극화 등 변화상 고려해야"

26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곳곳에 상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효 기자
26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곳곳에 상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효 기자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광장코아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수 기자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광장코아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수 기자

대구의 중심 상권이 몰락하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연말이면 만남의 장소로 북적이던 '동성로'는 상점 서너 곳당 한 곳 꼴로 임대를 내걸었다. 대구의 상가 공실률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한때 주요 상권을 견인했던 청년 인구는 끊임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연말 특수'가 웬 말…빈 점포 가득한 거리, 끊긴 발길

26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시민들은 패딩과 목도리로 몸을 꽁꽁 감싼 채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벗어날 뿐 동성로 상가를 이용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수년째 한 자리를 지키던 빵집과 카페 등 '터줏대감' 점포 상당수가 올해 부쩍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동성로입구광장부터 한일극장 앞까지 약 500m 가량의 직선 보도에는 세 집에 한 곳 꼴로 가게 유리창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상가 대부분이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오전 시간대에는 뽑기방이나 가챠샵 등 무인 점포만 남아 불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동성로 중심 상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20.8%에서 2분기 21.8%, 3분기 23.3%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공실률이 3.5%포인트(p) 증가한 수준으로, 상가 4곳 중 1곳은 빈 셈이다.

동성로에서 분식 장사를 하는 윤모(69) 씨는 "요즘 다들 상황이 어려운지 한 번에 1~2천원치 밖에 빵이 안 팔린다. 물가가 비싸고 재료 가격도 올라서 남는 게 없다"며 "그래도 우리 집은 신메뉴가 SNS에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가 좀 되는 편인데, 식당들은 상황이 많이 어렵다더라. 장사를 접으려 내놓은 건물에 임대료를 아무리 깎아준다고 해도 건물이 잘 안 나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전모(62) 씨는 "코로나19 전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7~8명이나 되던 직원들은 다 나갔다"며 "지금은 혼자 장사해서 월세 겨우 맞춰줄 정도로 지낸다. 한창 상권이 살아있을 때 형성된 월세라 새 가게가 들어오기도 힘든 구조"라고 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무신사, 자라, 유니클로 같은 대형 업체들 위주로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데, 영세 업체들은 문을 많이 닫았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게 눈에 보인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매출로 다 이어지지는 않는 듯 하지만, 상권활성화사업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에 비해 유동인구 자체는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광장코아 상가 일대. 이곳은 달구벌대로를 끼고 5층 이상 건물이 즐비한 곳이지만 상가 전체에 임대 현수막이 붙은 곳도 있었다. 큰 대로나 골목 가릴 것 없이 점포 없이 빈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 휑한 모습이었다. 한 상가 건물에는 '연중 무휴 임대사무실 운영'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어놓기도 했다.

폐업을 결정하고도 점포가 나가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이곳도 비슷했다. 광장코아 입구 상가 건물 1층에 위치한 맥주가게는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해 폐업 후 비워진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인근에서 15년째 주차타워를 관리하는 김모(70) 씨는 "위치 상 대로변과 맞닿아 있고, 광장코아 초입에 있어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길목인데도 폐업 후 한 달 째 빈 상태"라며 "광장코아는 코로나19가 터지기 2년 전부터 상권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십수년 전에는 젊은이들로 늦게까지 북적이던 곳이지만 요즘엔 밤에도 사람이 많이 없고 썰렁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구청년 인구유출↑…"사회 변화상 반영한 대책 마련"

상권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가운데 대구의 창업자 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창업기업 수는 ▷2020년 5만5천782곳 ▷2021년 5만3천211곳 ▷2022년 4만9천701곳 ▷2023년 4만8천347곳 ▷2024년 4만4천782 곳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의 경우 3분기까지 3만2천308곳이 창업하는 데 그쳤다.

주로 길거리에 나와 점포를 이용하는 인구인 '청년(19~39세)'의 유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청년 8천132명이 대구를 떠났고, 2021년 1만2천76명, 2022년 6천975명, 2023년 6천225명, 2024년5천881명 등 청년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권 부흥을 위해서는 단순히 소비 진작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변화상을 고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성익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 커머스 소비가 늘어나며 오프라인에서는 물건을 사는 것보다 백화점처럼 보고 즐기는 문화공간을 방문하는 식으로 개념이 전환되고 있다"며 "동성로도 문화복합지구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현장 소비가 될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하고 정책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소수의 대표적인 상권이 자영업자들을 생존케 했던 것과 달리, 상권이 다극화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구·군별로 집객 시설을 유치하고, 컨텐츠를 개발함에 따라 특정 지역으로 쏠리는 경향이 줄어들었다는 진단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나 여건이 열악해진 점을 들어 불황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과거 특정 상권이 활기를 띠었다가 몰락한 배경은 경제 구조, 문화 활동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며 "과거와 달리 구·군별 자체 집객 컨텐츠와 인프라를 마련하면서 집객 분산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거리로 나와 상점을 이용하는 인구인 '청년 인구'가 줄어든 점도 자영업 경기 악화에 영향을 주는데, 관과 상인, 지역사회 등 민·관이 협력해 해당 상권 만의 특색을 발굴하고 부각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지역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타지역 청년을 유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제3차 청년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 5대 전략 64개 과제를 발굴한 것을 바탕으로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빈집과 점포를 리모델링해 주거공간과 공유공간을 조성하고, 귀환 경로별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26일 오전 대구 서구 광장코아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수 기자
26일 오전 대구 서구 광장코아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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