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경주시 도심인 성동동에 위치한 폐역된 옛 경주역을 찾았다. 1918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103년 동안 경주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따라 기적소리를 울리며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기차역이라고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옛 경주역사는 폐역이 된 이듬해 복합문화공간인 '경주문화관 1918' 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그 뒷쪽 폐철도부지는 철도기능을 잃고 방치된 녹슨 레일 위로 사람 허리만큼 자란 잡초 덩쿨이 점령했고, 생활쓰레기들이 흩날리는 등 마치 폐허 같은 모습이다.
◆도심 단절 등 여러 문제 파생
전국 곳곳에서 고속철도 건설과 복선전철화 등의 과정에서 기존 철로와 역의 폐지가 늘고 있다. 폐역과 폐철도 길이에 대한 통계는 발표된 자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폐선 길이가 1천50km, 폐역사는 약 250개에 달하지만 활용률은 60% 미만이다. 철도 유휴부지는 약 3천만㎡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0.3배에 이르지만 상당수가 방치돼 있다.
경주시의 경우 2021년 12월 중앙선 영천~신경주 구간과 동해남부선 울산~포항 구간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공되면서 중앙선(27.1km, 5개역), 동해남부선(53.2km,12개역) 등 총 80.3km 폐선과 구 경주역·서경주역·안강역·불국사역·건천역 등 17개 역이 폐역됐다.
경주 도심 철도 통과구간은 도심간 단절로 인해 도시발전을 가로 막고, 주민 안전 위협, 도시경관 저해, 환경오염 등 각종 부작용이 있다.
옛 경주역에서 만난 주민 이모(67) 씨는 "폐선부로 인해 도심과 도심이 연결되지 않아 도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도시미관 저해와 환경오염, 인근 부동산 가치 하락과 도시재생의 걸림돌이 되는 등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많다"고 했다.
◆폐역·폐철도 부지 활용 '난항'
폐역과 폐철도 부지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상위 법률은 없다. 2015년 국토교통부에서 훈령으로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을 제정했지만 사업 시행 및 재정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항들을 포함하지 못해 폐철도를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철도가 폐선되지 4년이 지났지만 경주 통과 구간의 폐역과 폐선 부지 활용은 주로 공모사업 등을 통해 일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옛 경주역 폐선 부지 활용 등 주요 활용계획(안)은 여전히 '구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3년 4월 '폐철도 부지 도시관리계획정비 및 계획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에서는 당시 옛 경주역·서경주역·불국사역 등 7개 역은 경주시가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지역거점플랫폼 역사다. 나머지 10개 역은 민자유치, 소규모 공영개발을 병행하는 생활권중심 플랫폼역으로 구분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이 2022년 7월부터 3개월 동안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 부지 경주시 구간 개발 사업에 참여할 민간제안을 공모했지만 한 건의 제안도 없었다.
폐역과 폐철도 부지 활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법적·재정적 지원 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행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은 국토교동부 훈령 수준에 머물고 있어 법적 강제력과 재정지원 근거가 미약하다. 또 대부분 폐철도 부지는 행정 또는 국유재산으로 분류돼 일반재산 전환 및 장기 활용에 필요한 제약이 많다. 개발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고 사업성 문제, 활용 계획의 실행력 부족 등의 이유도 있다.
◆폐역사와 폐선부지 활용, 어떻게?
옛 경주역사는 임대를 통해 '경주문화관 1918'로, 주변 폐철도 부지는 임시주차장(155면)을 조성해 활용 중이다. 최근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서 옛 경주역 일원을 중심으로 역사·문화·관광 기능이 결합된 복합거점을 조성하는 구상의 혁신지구 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옛 안강역사에는 북경주복합문화센터 건립과 안강문화의 뜰을, 철도유휴부지 활용 공모사업을 통해 테니스장과 족구장 각 2면씩 조성한다.
폐선으로 방치됐던 동천동~황성동까지 약 3km(폭 50~55m, 면적 13만여㎡) 구간에는 장기간 쌓인 폐기물 약 198톤(t)을 수거하고 최근 '도시바람길숲 임시 산책로'를 개방했다. 2028년 말까지 1천600억원을 들여 산책로·완충녹지·휴식공간을 갖춘 공원과 주차장 등을 갖춘 도시숲 공원 조성을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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