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군위군이 살림을 합친 지 2년 6개월을 넘어서면서 통합에 따른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도시의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이 적용되고 주민 혜택도 늘었지만, 초고령화된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 체계의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어서다.
편입 이후 급행버스 운행과 어르신 대중교통 무임 승차, 환승 무료 혜택 등 광역 대중교통체계의 수혜를 받고 있고, 군위소방서 신설이 확정되는 등 안전 체계가 개선되는 중이다.
대구시내 학군 조정과 전국 최초로 도입된 유·초·중·고 IB교육클러스터, 교육발전특구 시범 사업 등 교육 개편도 이뤄졌다. 대구시티투어로 군위군 테마코스가 운영되는 등 관광 활성화의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평균 연령 59.8세에 전형적인 농업 지역인 군위군과 광역시인 대구시의 행정 체계는 여전히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불협화음은 인사, 재정, 공모 사업, 교통, 생활 편의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거지고 있다.
◆"너무 멀어서 가기 싫어요"…군위군 발령 기피
대구시 편입 이후 군위군은 공무원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직원의 퇴직이 잇따르고 대구시가 통합 인사를 하는 기술직 공무원들은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군위군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전체 신규 임용 대상 16명 가운데 37.5%인 6명이 의원면직을 하거나 임용을 포기했다.
신규 직원 3명 중 1명이 첫해 사직서를 낸 셈이다. 특히 사직한 6명 가운데 3명은 '장거리 통근'과 '열악한 정주여건'을 직접적인 이유로 들었다.
신규 직원 채용은 대구시가 지원자를 통합 모집, 채용한 후 합격자를 각 구·군별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비교해 근무지를 군위군으로 구분 모집했던 지난 2023년의 경우 신규 직원 36명 가운데 사직은 단 1명이었다. 2022년 역시 신규 직원 46명 중 의원면직 신청자는 3명에 불과했다.
군위군 기피 현상은 대구시가 통합 인사교류를 하는 기술직 공무원들에게도 나타난다.
통합 인사 교류가 본격화된 올해 1월 대구시 희망인사시스템에 입력된 '전출 불희망' 지역에는 군위군이 8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달성군 45명, 달서구 15명 등이었다.
기피 현상이 강해지면서 지난해 군위군은 채용을 요구한 26명(행정직 제외) 가운데 10명을 받는데 그쳤다. 지난 2024년 역시 채용 요구인원 24명 중 11명만 발령이 났다.
◆사전 심사제에 막힌 공모…'기회 비용' 커져
대구시는 시비 매칭이 필요한 공모사업의 경우 공모 신청 단계부터 사업의 타당성과 중·장기 재정 부담 가능성을 검토하는 '공모사업 사전 심사제'를 운영 중이다. 경북도에는 없는 제도다.
정부 공모 사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청 요건을 충족해도 대구시의 재정 부담 여력이나 사업의 시급성 및 타당성 등을 이유로 사전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군위군이 지방비 부담분을 모두 떠안고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전국 7개 기초단체가 시행하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경우 군위군도 신청을 준비했지만 대구시의 사전 심사 문턱에 걸렸다. 군위군은 지방비 부담분을 모두 군비로 부담하는 조건으로 공모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사업비 30억6천만원이 투입되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지원 사업 역시 사전 심사를 넘지 못했다. 결국 군위군은 지방비 부담분 15억3천만원을 군비로 내는 조건으로 공모에 선정됐다.
국토교통부가 낙후된 비수도권 시·군에 10년간 맞춤형 사업을 지원하는 '지역활성화지역 지원 사업'은 현행법 상 도지사만 신청하도록 돼 있어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고령 농촌과 엇박자 난 도시형 정책
도시 기준으로 설계된 정책들이 소멸 위기에 몰린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불평도 나온다.
대구로페이로 통합된 지역사랑상품권은 대표적인 사례다. 대구로페이 가맹점이 제한적인 데다 지류 상품권 없는 모바일 기반이어서 고령 주민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군위군 내 대구로페이 가맹점은 858곳으로 대구시내 전체 가맹점 12만9천551곳 중 0.7%에 불과하다. 군위군에서 대구로앱을 이용한 배달·포장이나 대구로택시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 이모(59) 씨는 "충전과 결제, 잔액 조회까지 서툰 모바일앱을 써야한다"면서 "실물카드는 지류 상품권보다 번거롭고 분실하는 경우도 많아 피하게 된다"고 했다.
재정 부담이 이전보다 늘거나 사업이 아예 중단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연간 39억원이 소요되는 농어민수당은 편입 이전에는 경북도가 예산의 40%를 부담했지만, 대구시는 관련 조례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했다.
현재 농어민수당은 군위군이 전액 군비로 지급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농이민수당 관련 조례가 없는 지역은 서울과 대구 등 2곳에 불과하다.
농어촌버스로 운영되던 군위버스는 편입 과정에서 마을버스로 전환됐지만, 시내버스 준공영제에서는 제외됐다. 관련 조례 상 '시내버스 운송 면허 사업자'만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군위군은 지난해 마을버스 운영에만 군비 15억7천600만원을 지원했다.
도로 개설·관리 기준이 바뀌면서 사업이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경북도의 경우 지방도로를 도가 건설하지만, 대구시는 폭 20m 미만 도로는 구·군이 유지, 관리한다.
편입 이전 경북도가 시공업체 계약까지 끝냈던 군위~소보 간 군도 19호선(280억원) 과 효령~우보 간 군도 20호선(249억원) 도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실시설계를 완료한 대북도로 선형 개량 사업도 재원 부족으로 멈춰섰다.
군위군 관계자는 "대도시에 맞는 정책과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농촌 특성을 반영한 정책적 배려와 별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재정 여건과 형평성 고려해야"
대구시는 '재정 여건과 형평성'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규 직원 채용 시 근무지 구분 모집의 경우 달성군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타 구·군과 차별적인 시각이 강해져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군위군 장기근무자는 의무 순환 전보 제도를 도입하고, 인사 운영 및 복리후생에 인센티브 지급을 검토 중이다.
정부 공모 사전심사제는 재정 여건 악화에 따라 민생 안정과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 공모 사전심사는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막기 위한 장치"라며 "모든 구·군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어민수당의 경우 연간 100억원이 소요될 정도로 재정 부담이 크고, 타 산업군과 형평성 등의 의 문제가 예상되는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마을버스를 시내버스로 대체할 경우 연간 운송원가가 20억원에서 42억원으로 늘어나고, 연간 3억6천만원씩 국비로 지원받던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지원도 중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로페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잔액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중단된 도로 개설 사업은 향후 신공항 건설 등 각종 개발 사업의 추진 상황에 따라 재검토해 추진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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