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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권근상] 자영업자 눈물 닦아주는 행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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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수가 사라진 도시, 자영업자의 눈물 위에 멈춰 선 정치행정

권근상 전 국민권익위원회 국장
권근상 전 국민권익위원회 국장

대구의 주요 상권인 동성로와 들안길, 광장코아를 걷다 보면 활기 대신 '임대'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환율 급등이 불러온 고물가, 장기화된 고금리,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내수 침체가 동시에 덮쳤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임대료, 각종 공과금과 원재료비까지 더해지며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은 한계점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한 달에 수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폐업 대열에 합류하고, 대구경북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평균 대출액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 있고, 연체율은 빠르게 상승 중이다.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지역 상권 자체가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다.

지역 건설 경기 침체라는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공사 중단과 미분양, 투자 위축은 건설 현장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가 줄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골목 상권이 직격탄을 맞는다. 자재 업체와 운송, 숙박·외식업, 각종 서비스업으로 충격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 경제의 혈관이 막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의 존재감은 너무도 희미하다. 대구시장 부재로 인한 행정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고, 관가는 위기 대응보다 상황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은 민생보다 셈법에 몰두한 모습이다. 책임 있는 해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시민의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정치인들 역시 공천과 유불리에 매달린 채, 고통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자영업자의 절규에는 둔감하다. 그 사이 현장은 무너지고, 문 닫는 가게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눈치 보기와 책임 회피는 결국 소극 행정과 무사안일로 귀결된다. "조금 더 지켜보자" "선거 이후에 논의하자"는 말이 반복되는 동안 민생은 하루하루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의 위기가 국내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 불안,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불안 등으로 서민경제는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흔들린다. 이런 시기일수록 공직자와 정치인은 본분을 돌아봐야 한다. 권력은 누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애민 정신이다.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보듬는 자세, 무한한 봉사 정신, 그리고 선공후사의 태도다. 자영업자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뿌리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채무 조정과 이자 부담 완화, 임대료 안정 장치, 플랫폼 수수료 개선과 같은 피부에 와닿는 대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나아가 단기 처방을 넘어 지역 상권의 체질을 개선하는 중장기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문화·관광·체험형 소비를 결합한 상권 재편, 지역 특성을 살린 콘텐츠 육성은 다시 장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행정은 시민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존재여야 한다. 정치권은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도시 경제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물이 멈추지 않는 한, 도시의 미래도 밝을 수 없다.

정치와 행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 이후에도 같은 절규는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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