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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주형] 숲은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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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형 대구 달성군 산림과 산림정책팀장
박주형 대구 달성군 산림과 산림정책팀장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을 빠르고 편리하게 바꾸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제 아이들의 일상 속 필수 도구가 되었고, 교육과 놀이의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면서도, 늘 그것을 손에서 내려놓길 바란다. 왜일까?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의 중요한 가치를 잊게 만들고 있다. '자연의 경험'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과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유아숲체험원, 숲치유센터, 산림욕장, 자연휴양림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 발달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절의 흐름 속에서 숲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한 노력이라고 본다.

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감성과 인성을 키우는 살아 있는 교실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부드러운 흙을 밟을 때의 포근함,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은 디지털 화면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을 일깨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은 물론 창의력과 사회성 발달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산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산림 복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유아숲체험원의 경우 연초에 예약을 받으면 1년 동안의 일정이 순식간에 마감되는 곳도 있다. 첫째가 대여섯 살 무렵, 매주 숲 체험 수업에 참여했었다. 아이와 함께 이름도 몰랐던 들꽃을 배우고, 울음소리로 매미를 구분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양버즘나무 수피로 퍼즐 놀이를 하고, 솔방울로 새총을 쏘며 숲은 그 자체로 놀이터이자 교실이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옷을 입고 숲으로 향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던 빗소리, 그리고 아이가 '비 냄새'라고 표현했던 흙 내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이가 지었다며 시 한 편을 보냈다. 아이의 시 속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순수한 감성이 담겨 있었다. 교과서나 모니터가 아닌, 숲에서의 경험이 만들어낸 글이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박완서 작가가 싱아가 지천으로 깔렸던 그 시절의 박적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생생한 기억과 문장을 만날 수 있었을까.

결국 한 사람의 삶과 감성은 어린 시절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그 중요한 토양이 바로 '숲'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아숲체험원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숲속에서 뛰어놀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자연형 교육 공간'이다. 유아숲지도사와 함께 자연을 이해하고, 또래와 어울리며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숲은 아이들에게 '멈춤'과 '느림'을 가르쳐 준다. 잠시 스마트폰은 가방 속에 넣어두고 스스로 듣고, 만지고, 향기를 맡아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다.

산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문화'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숲에서 자라고, 가족이 숲에서 쉬며, 지역 전체가 숲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산림문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여기에 들꽃과 풀벌레, 나무를 품고 있는 '숲'이 함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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