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지난 2025년 경북 포항 대동고등학교 3학년 교실 한편에 앉아 있던 A군은 또래보다 일찍 현실을 배워야 했던 학생이었다. 학교 급식비가 연체될 만큼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고 홀어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학 진학은 애초에 꿈에서 지운 상태였다. 수업이 끝나면 학원 대신 아르바이트 자리를 고민하는 날이 잦아졌다.
A군의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는 담임 곽동호 교사였다. 곽 교사는 A군의 고3 담임이었지만 인연은 1학년 시절부터 시작됐다. 1학년 때 담임으로 처음 만난 곽 교사는 학업 이해력과 집중력이 뛰어난 A군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리고 3학년이 돼 다시 담임을 맡았을 때 A군이 현실의 벽 앞에서 꿈을 접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곽 교사는 제자를 조용히 불러 수차례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일터가 아니라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라는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에 가까웠다. A군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계속 다독이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교내 장학회 문을 두드렸고, 교외 장학회와 지역 기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부족한 학비와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발로 뛰었다. A군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고, 결국 의과대학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합격 이후에도 곽 교사의 노력은 이어졌다. 대학 등록금과 학업 유지에 필요한 비용까지 전액 지원받을 수 있도록 장학 연계를 성사시켰다.
곽 교사의 이력은 남다르다. 그는 과거 대구에서 이름을 날리던 영어 강사로 활동했고 주한미군 ACS 대구 제20지원단에서 미군 장교와 가족을 대상으로 강의와 봉사 활동을 펼치는 등 교육과 봉사를 접목한 길을 걸어왔다. 사교육 현장에서 쌓은 전문성과 노하우를 공교육에 쏟아붓고자 교단에 섰고 지난 30년간 영어 연극과 체험형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왔다.
제자의 의과대학 합격 소식은 곽 교사에게 또 다른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는 "아이의 꿈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이후 국경없는의사회에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 훗날 제자가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이 담긴 선택이었다.
곽 교사는 다음 달 25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교단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퇴직 이후에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돕는 삶을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육자로서의 헌신을 봉사와 나눔으로 확장하겠다는 다짐이다.
곽 교사는 제자의 합격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사의 가장 큰 보람은 결국 제자가 잘되는 모습이다. 강사 생활까지 포함해 38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는데 이런 순간을 보고 교단을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이라며 "부족한 담임을 믿고 끝까지 따라와 준 제자에게 오히려 제가 더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다시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해준 사람이 선생님이었다"며 "선생님의 관심과 책임감이 없었다면 우리 아이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댓글 많은 뉴스
3만명 모였다? 한동훈 지지자 '제명 철회' 집회…韓 "이게 진짜 보수결집"
주호영, 대구시장 선거 출마 "대구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주호영 등판' 달아오른 대구시장 선거판…현역 잇단 출사표 경쟁 치열
"어부지리 대구시장 나올라" '선거의 여왕' 박근혜 등판에 정치권 '술렁'[금주의 정치舌전]
김재섭 "국힘 의원 대부분, 비공개 의총서 한동훈 제명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