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에 준공하고, 2035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도입한다는 기존 일정을 확인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안정적 전원(電源)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국가 전력 체계를 규정하는 최상위 계획이다. 11차 전기본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결국 기존 전원의 한계를 이유로 원전을 택했다.
그러나 허무하게 낭비한 시간은 마냥 아쉽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취임 직후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을 거쳐야 한다"고 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전망과 여론 흐름이 분명해지자 결국 신규 원전으로 회귀했다. 대형 원전 건설에 1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설계 단계에서 중단됐고, 영덕 천지원전을 비롯한 신규 계획이 백지화됐다. 당시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의 전력 수요 급증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해도 전력 정책은 장기적(長期的)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을 지켜야 했다.
문제는 선택 이후다. 원전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부지 선정 갈등이라는 숙제를 동반한다. 정부는 원전 필요성을 설득하는 단계를 넘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의 주체가 됐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처리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SMR은 기술보다 제도가 더 큰 장애물이다. 인허가, 안전 규제, 입지 기준, 전력 시장까지 새로 손봐야 한다. 원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이다. 정부는 12차 전기본에서 수요 전망과 에너지 대책을 흔들림 없이 제시하고, 갈등 관리와 실행 능력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전력 정책의 혼선이 반복될수록 비용은 미래로 이월(移越)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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