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들리 영감이 하는 일은 의자에 앉아 맞은편 붉은 벽돌집의 창문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제라늄을 기다린다. 5m가량 떨어진 맞은편 집 창턱엔 매일 아침 10시경에 제라늄 화분이 놓인다. 더들리 영감은 맞은편 집 사람들이 제라늄을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부주의하게 놓을뿐더러 하루 종일 뜨거운 볕에 방치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제라늄을 떠올린다.
더들리 영감은 뉴욕의 딸네 집에 얹혀사는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 어렸을 때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 일이 있었다. 대도시가 세상의 중심 같았다. 같이 살자는 딸의 권유에 응한 건 그러니까 세상의 중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부응한 결과였다. 더들리 영감은 그 당시 자신은 심신이 정상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고 면죄부인지 자책인지 모를 말을 웅얼거린다.
고향의 하숙방에서 그는 늘 강을 볼 수 있었고 수요일이면 레이비와 함께 강으로 낚시를 갔다. 하숙집 할멈들은 그의 낚시 솜씨를 칭찬해줬다. 아내가 죽은 이후 그는 하숙집 2층 모퉁이 방에서 혼자 살았다. 그는 그 집 할멈들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 집의 지하실에 살던 흑인 레이비는 텃밭을 담당하는 일꾼이자 그의 좋은 파트너였다. 이곳의 딸과 달리 항상 더들리 영감의 얘기를 존중했던 레이비는 낚시든 새 사냥이든 더들리 영감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벗고 나섰다.
뉴욕은 그의 고향과 너무도 달랐다. 앞뒤로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층마다 일자로 뻗은 복도엔 일정한 간격으로 문이 달려 있었다. 닭장과 진배없었다. 어디 그뿐이랴. 한 방을 쓰는 열여섯 된 손자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으며 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용히 사색할 공간도 없었다.
제라늄 대신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를 통해 화분이 6층에서 떨어진 것을 알게된 더들리 영감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왔다. 좀 전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한 사내에게서 모욕을 받은 기억이 되살아난 때문이다. 빈손으로 돌아온 더들리 영감에게 남자는 더 이상 자신의 집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한 뒤 자리를 떠난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 '제라늄'을 간추려 봤다. 더들리 영감은 제라늄 화분을 통해 강과 물고기들, 수다를 떠는 할멈들과 새들, 레이비 등 고향의 모든 것들을 떠올린다. 산산이 부서진 제라늄 화분. 어쩌면 그것은 그의 가슴 안쪽 선반에 올려 두었던 '진정성(眞情性)'이 아닐까. 가만 귀 기울여 보시라. 어디선가 제라늄 떨어지는 소리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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