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대기가 강풍을 만나면 작은 불꽃 하나가 대형산불로 번진다. 요즘 휴대전화에 자주 울리는 안전안내문자가 주는 경고다. 대형산불이 무서운 이유는 산불을 제압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헬리콥터는 산불을 끄는 핵심 수단이 됐지만 만능은 아니다. 헬기에 의한 산불 진화 기여율은 평균 70%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강풍·지형·시계 제한 앞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산불진화는 고난도의 임무로 조종사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강풍과 맞서야 하고, 저고도에서 물을 살포하면서 화기(火氣)와 연무(煙霧)를 감수해야 한다. 물을 뜨기 위해 가용한 담수지를 찾아야 하고, 담수지에선 제자리비행을 하면서 순간풍속과 최대 엔진토크를 감당해야 한다. 또한 제한된 구역에서 불을 끄는 많은 헬기들과 조우하면서 충돌의 위험도 최소화해야 한다.
산불헬기 운용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강풍이다. 산불이 강풍을 만나지 않으면, 헬기가 출동한 뒤 1시간 안에 상황이 정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경북의 산불도 순간풍속 초속 30m(시속 108㎞)의 강풍이 산불진화 헬기의 발목을 잡았다. 통상 평균 풍속이 초속 10m(시속 36㎞)를 넘으면 대부분의 헬기는 비행이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선 비행을 한다 해도 화원(火源)을 향해 정확하게 물을 뿌릴 수 없으며 불을 끄는 속도보다 확산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산불이 강풍을 만나면 헬기는 속수무책이다.
두 번째는 담수지다. 담수지는 물을 담는 장소다. 통상 헬기는 연료 보충 후 1시간 30분의 가용시간이 주어진다. 만약 담수지가 화원으로부터 15분 거리에 있다면 왕복 30분이 소요된다. 그럼 겨우 3번 산불을 끄고 다시 연료를 보충하러 가야 한다. 더욱더 난감한 상황은 담수지가 얼어붙은 경우다. 겨울철 강원도 대부분이 얼어있다. 지상부대에서 전기톱으로 물구덩이를 파놓기도 했지만 금세 얼어붙는다. 구역별 담수지를 선정하여 관리하고, 겨울철 담수지 빙결 대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헬기는 무용지물이다.
마지막은 어둠이다. 산불진화 헬기는 야간에 운용할 수 없다. 야간에 화원을 관측하고 바람 방향을 읽고 진입 방향과 공중살포 위치를 계산하고, 더군다나 바켓으로 담수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미국에서조차 헬기는 야간 산불진화를 금지한다. 수리온 산불진화개량형 헬기가 야간산불진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의문이다. NVG(야간투시장비) 고글을 착용해서 담수하고, 강풍에 맞서 저고도로 공중살포하도록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자체가 어렵다. 야간 산불진화 대책은 전무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산불진화 방식으로는 이러한 장애물을 영원히 극복할 수 없다. 물의 진화 효율은 생각보다 낮고, 물로 산불을 끄는 방식에만 사고가 갇혀 있었다. 물을 대체할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 가정용 소화기의 소화분말처럼 말이다. 다음은 가정용 소화기처럼 새로운 물질을 투발할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과제는 산불진화 물질의 개발이다. 국내에서 친환경적이며 난연, 냉각, 소화 기능이 뛰어난 새로운 화합물을 찾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에서 산불진화 신물질 경진대회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도 좋다.
둘째, 신물질을 내장한 소화탄 개발이다. 연대급 화력으로 운용 중인 105밀리 차륜형 자주포를 플랫폼으로 삼는 방안이다. 이 포는 전국에 고르게 배치되어 있어, 필요시 신속 투입이 가능하고 특히 야간 산불 진화에 특화할 수 있다.
셋째, 소화볼을 만드는 방안이다. 신물질을 볼 형태로 만들어 발사하거나 투하하는 방법이다. 자율주행 산불진화 로봇을 만들어 지상에서 소화볼을 쏘고, 헬기에서는 물 대신 소화볼 투척기를 장착해 투하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도가 현실화되면, 주간에는 산불진화 헬기가, 야간·강풍에는 105밀리 소화탄과 자율주행 산불진화 로봇이 불을 끄는 전천후 체계를 갖출 수 있다. 1조 8천억 원의 피해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집요한 노력과 시도에서 나온다. 헬기의 빈자리를 소화탄과 소화볼이 채울 수 있다면, 아무리 건조한 대기가 강풍을 만나도 불꽃은 쉽게 대형산불로 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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