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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쌤의 리얼스쿨] 통합학급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또 하나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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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통합학급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누군가에게는 걱정이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그러나 통합학급은 특정 학생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의 한 장면이다. 우리는 종종 성적과 진학이라는 기준으로 학교의 가치를 판단하지만, 교실 안에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배움이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 통합학급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배움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 학교는 분주해진다. 교실을 정리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관심이 모이는 일은 반 편성이다. 아이들은 "누구랑 같은 반이 될까"를 궁금해하고, 학부모 역시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한 해를 보내게 될지 자연스럽게 걱정하게 된다.

중학교의 반 편성은 대부분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된다. 학생들의 성적과 성비가 고르게 분포되도록 편성한 뒤, 몇 가지 필요한 조건을 고려해 일부 조정을 거쳐 최종 반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배치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어느 반에 배정할지, 어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교사들은 많은 고민을 한다.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또래 비장애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학급을 통합학급이라고 한다. 통합학급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배우는 교실을 지향한다. 통합교육은 바로 이 통합학급 교실에서 실제로 구현된다.

◆차이를 마주하는 교실의 현실

여러 해 통합학급을 맡아오며 나는 통합학급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교실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껴왔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요구한다. 특히 '차이'와 '차별', '배려'와 '배제'의 경계에서 아이들의 인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늘 숙제로 남았다. 이러한 고민들은 교실에서 마주한 여러 장면들을 통해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

한 번은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보호자가 상담 자리에서 "아이에게 조금 엄하게 대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동안 가족들이 아이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고, 이제는 학교에서도 규칙을 배우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해 단호하게 생활 지도를 하자, 그 학생은 교실 청소를 비롯해 학급에서 맡은 역할을 차분히 해내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게 자신의 몫을 수행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았다. 또래 관계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사물함에 있는 자신의 책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등의 행동이 반복되며 관계가 어긋나기도 했다. 이 경험은 통합학급이 모든 아이를 자동으로 변화시키는 공간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함께 뛰며 배우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학급이 가진 의미를 깊이 느끼게 해 준 순간들도 많다. 학교 체육대회에서 반별 이어달리기 대표를 뽑던 날,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던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친구들의 추천으로 대표가 되었다. 교사들은 긴장했지만, 아이들은 큰 소리로 친구를 응원했고 그 학생은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잘 달리니까 추천했어요." 아이들의 대답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인상 깊었다.

또 다른 날, 체험학습 시간에 진행된 랜덤댄스 활동에서는 모두가 망설이는 사이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먼저 무대에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계기로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무대로 나왔고, 결국 교실 전체가 웃음과 음악으로 가득 찼다. 한 사람의 용기가 교실의 분위기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통합학급을 운영하며 나는 종종 비장애학생들의 태도에 감탄한다. 섣불리 도와주지 않되 필요할 때는 도움을 제안하고, 먼저 의사를 묻는 모습. 위험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태도. 활동에서 친구가 소외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챙기는 장면들 속에서 아이들은 이미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통합학급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다. 조정해야 할 상황이 많고, 때로는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비장애학생들은 교과서로는 배우기 어려운 경험을 쌓는다. 서로 다른 속도를 이해하고, 관계의 거리를 조절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몸으로 익힌다. 중학교 시기에 이러한 경험은 아이의 성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내 자녀가 통합학급에 배정됐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걱정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통합학급은 누군가를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교실이 아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관계를 배우고, 사회를 미리 연습해 보는 공간이다. 성적표에는 남지 않지만,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공동체 속에서의 감각은 아이의 삶에 오래 남는다. 통합학급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가르치고 있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연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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