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구미 해마루초등학교 강당. 행사 시작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시선은 무대가 아닌 건물 밖으로 향해 있었다. 이날 해마루초 계단과 해마루중 외벽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붓을 들던 손끝이 어느 순간 거침없이 움직였다. 물감이 닿은 자리마다 색이 번졌고 밋밋하던 벽은 금세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장애 청년 화가 4명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이날은 장애학생 취업지원을 통한 지속 가능한 예술 직업군 마련을 위해 준비된 경북교육청 장애인미술단 '온그림'의 창단식이 열린 날이다.
계단에 앉아 색을 고르던 한 단원은 "여기는 밝은 색이 더 좋을 것 같다"며 다시 붓을 들어 올렸다. 서로의 그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는 이미 팀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누군가는 선을 그리고, 누군가는 색을 채웠다. 말없이 이어지는 호흡 속에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돼 갔다.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말 작가 같다"는 감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한 학부모는 "학교 다닐 때 그림을 좋아했는데, 이렇게 직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온그림은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다. 특수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자신의 재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일자리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만 머물던 재능을 사회로 끌어낸 첫 시도다.
경북교육청은 이들을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손잡고 창단을 준비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단원들은 모두 발달장애 청년들이다. 이들은 이미 직무교육과 직장 예절 교육을 마치고 다음 달부터는 정식 근로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한다.
작업 공간도 마련됐다. 구미 특수교육지원센터 내 전용 작업실에서 이들은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취미가 아닌 생업으로서의 그림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교육 관계자는 "기존에는 졸업 이후 재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온그림은 그 연결을 만들어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날 벽화 퍼포먼스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그림이 다시 학교를 채우는 모습은 교육과 사회가 이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완성된 벽화 앞에 선 단원들은 서로의 작품을 한참 바라봤다. 누군가는 미소를 지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남겼다. 그 표정에는 해냈다는 확신과 이제 시작이라는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
앞으로 이들은 전시와 기부 활동, 학교 벽화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작품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역할도 맡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해 단원들과 벽화를 그린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온그림은 재능을 직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공공 고용 모델"이라며 "장애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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