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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물관, 이젠 '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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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훈 문화특집부장

전창훈 문화특집부장
전창훈 문화특집부장

기자가 젊었을 때만 해도 '박물관'은 선호하는 곳이 아니었다. 눈에 띄는 기획전이 열리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너무나 정적이면서도 고요한 공간이었기에 고루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2009년 3월 1일 온라인에 등록된 기사(출처 한겨레신문)를 하나 발췌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5월부터 상설 전시와 어린이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했는데도, 그 뒤 12월까지 두 전시장의 관람객이 2007년보다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미국인과 일본인 등 주요 외국인 관람객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돼,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략)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관객의 감소 흐름이 무료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전시의 대중적 눈높이나 기획의 질 등을 좀더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 내용으로 짐작컨데, 당시도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이 기대만큼 관람객이 찾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한 해 국중박을 찾은 관람객이 650만 명을 돌파했다. 1945년 박물관 개관 이래 최다 기록이며 세계 주요 박물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중박과 전국 13개 소속박물관의 누적 관람객 수 또한 지난해 모두 1천470만 명을 넘었다. 박물관 문화 상품 '뮷즈'(뮤지엄+굿즈) 역시 큰 인기를 끌며 연간 매출액 400억원을 돌파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유산이 오늘의 '트렌드'가 됐다. 박물관이 이른바 '오픈런'(개장 전 줄을 서는 현상)의 명소가 되고 박물관 온라인쇼핑몰에는 '뮷즈'를 사려는 이들의 '광클'(빠르게 클릭) 현상이 나타난다. 국중박에 관람객이 넘쳐나니 민감했던 입장권 유료화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이런 반전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유행을 만들어내고 인스타그램 등 SNS 사용이 일상화된 MZ세대가 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박물관이 '힙한' 곳으로 변신했다.

그들은 국중박 내 '사유의 방'을 찾아 국보 반가사유상의 온화한 미소와 고요함을 '사유의 미학'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체험으로 받아들였다. 사유의 방은 '모나리자'가 루브르를 대표하듯, 반가사유상을 국중박 대표 아이콘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국중박이 유명 건축가와 협업할 만큼 정성을 기울인 덕분에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국중박의 '킬러 컨텐츠'로 거듭났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내놓은 굿즈 또한 '뮷즈'라는 고유 브랜드를 입은 예술품으로 재탄생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유욕을 자극했고 출시하자마자 품절 사태를 일으키는 진풍경을 탄생시켰다. 여세를 몰아 박물관문화재단은 BTS 뮷즈를 선보이며 '아미(BTS 팬클럽) 특수'를 노리는 등 K팝 아이돌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박물관의 인기는 세계적인 K-컬쳐 열풍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가 가진 생명력이 얼마나 끈질기고 매혹적인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대구에 있는 박물관들도 좀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대구 박물관에서는 오픈런이나 관람객들로 북적인다는 소식을 아직 듣질 못했다. 어느 때보다 박물관을 둘러싼 환경은 호의적으로 변했다.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트리거'만 마련한다면 대구 박물관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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