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건축 실무를 겸하는 분이 운영하는 채널을 즐겨본다. 역사적인 부분에서는 가끔 삑 소리가 나지만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채널에서 예전 콘텐츠를 뒤적이다가 좀 당황했는데 지정학 전문가의 책을 읽고 방송을 하셨을 때다. 내용이 거의 공포물 수준이라 너무 놀랐고 근래 본 책 중 가장 많이 빨간 줄을 쳤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도 놀랐다.
그 책과 저자를 이제 알았다고? 물론 누구나 자기 전공 벗어나면 무지(無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나 역시도). 그러나 그것도 하한선이라는 게 있는 거다. 책은 1991년 소련 폐점 후 벌어진 일들을 미국의 시각에서 정리한 것으로 미국의 과도한 출혈 하에 '복지적'으로 이루어진 세계화가 종료되면서 인류가 각자 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이 '상식'을 모르면 2026년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 일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이걸 아는 입장에서는 돌아가는 일들 중에 요해 불가한 사태가 단 하나도 없다.
◆인터넷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 선전 안 하고 도서 리뷰 안 쓴지 오래다. 아무리 소개해 봐야 어차피 안 읽을 거 아니까. 비난하는 거 아니다. 트렌드가 그런 걸 어쩌랴. 다만 한국인들이 책 안 읽어서 한국어 구사 실력이 지하실이라는 사실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글로 말을 배워야 하는데 말로 말을 배우니 입에서 나오는 게 하단에서 쏟아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동족 비하 아니다. 최소한의 연민이다. 하여간 검색 자체를 유튜브로 하는 시대다. 그런데 유튜브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틀린 내용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그냥 흘러나온다. 이거 보고 교양 쌓았다가는 지적 부실로 인생에 치명타 온다. 손해 배상 청구도 불가하다. 명심하시라. 인터넷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절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름, 신용호
화자에 따라 매번 순위와 내용물이 바뀌는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있다. 원래 wonder라는 단순한 단어였는데 일본인들이 이걸 번역하면서 不思議(ふしぎ,후시기)로 하는 바람에 졸지에 급이 올라갔다. 가령 피라미드는 신기할 뿐이지 불가사의한 것은 아니다. 말에 실물을 맞추다보니 궁여지책으로 쌓는 방법을 신비한 것으로 둔갑시켰다(실은 매우 쉽다).
그런데 세계의 진짜 불가사의는 따로 있다. 한국이다. 국가 자체가 불가사의로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식민시(市)이자 호모 사피엔스 역사 최후의 마지막 선진국이다. 불가사의한 나라 한국에는 어떤 불가사의가 있을까. 신라의 황금보검, 다라니경 등을 꼽는 분들이 있겠지만 다 하나마나한, 말 그대로 소견(小見)이고 진짜 불가사의는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다.
그 비싼 땅에 매년 수백억 적자를 내는 서점이 버티고 있는 게 놀랍다. 그것도 1인당 독서량이 1960년대 세계 GDP 등수인 나라에서. 매장에서 아무리 오래 책을 읽어도, 심지어 노트에 베껴도 간섭하지 말라는 창업자의 지도편달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고마워해야 할 말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말이다. 우리는 교보문고에서 만 원대 도서를 뒤적이다가 근처 십만 원대 술자리에 가는 것을 절대 어색하지 않게 여긴다.교보문고 창립자 대산(大山)신용호 회장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그 분도 말씀하셨다 "읽으라."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무인도에 가지고 갈 책 열 권을 고르는 일이었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 겨우 절반 채웠다. 포기할까 하다가 대상을 '고전'에서 현대 도서로 확대했더니 문제가 풀렸다. 그 고마운 이름들이 로버트 카플란, 피터 자이한 그리고 조지프 나이(Joseph Nye)다. 경제와 지정학 그리고 소프트파워에 관한 내용들인데 앞서 말한 건축가 교수가 소개한 책도 이 중 한 분의 것이다.
이 세 사람의 대표저작을 읽으시라. 나도 책을 쓰는 사람이지만 내 책 같은 건 안 사도 좋으니 그 책들은 꼭 '사서' 읽으시라고 부탁드린다. 효용 따지는 세상이니 거기 맞춰 말씀드리자면 이거 읽고나면 10년은 같은 종목 다른 책 안 읽어도 된다. 이거 읽고 나면 이 신문의 국제 기사 80%는 안 읽어도 된다. 국제 정치를 초딩 수준에서 다루는 허접한 유튜브 채널도 끊을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된다. 무엇보다 지적으로 유쾌해진다. 다른 말로 하면 읽지 않은 사람이 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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