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해." 그 '너'가 묻는다. "왜?"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그 '너'뿐만 아니라 당신도 웃을 것이다. 한 아이의 논리는 참으로 공정해 보이지만 사랑은 그런 공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부모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편파적인 사랑은 당위인 듯 여겨지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목격되기도 하고, 형제들 사이에서는 가장 치열한 법정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신은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이혼을 청구하면서도 자녀 양육은 하지 않겠다고, 제 자식은 안 때리니까 괜찮다는 당사자가 있는가 하면, 양육권, 양육비를 상대방과의 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당사자도 있고, 상대방의 약점을 잡기 위해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녹음이나 동영상 촬영 등을 지시하거나 그런 아이의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는 당사자도 현실에서는 있었다.
생전증여를 많이 받은 오빠, 남동생을 상대로 한 누나, 여동생의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에 이르면 부모의 편파적인 사랑은 저마다의 셈법으로 재단되어 심판대에 오른다.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학비가 지원되었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사업자금 지원이 있었으며, 어느 손자녀에게 과분한 용돈이며 선물이 있었는지 등 모든 것이 까발려진다.
여기에 생존한 한쪽 부모까지 어느 한 편에 가세하거나 형제자매의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참전할 경우 싸움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까지 치닫게 된다.물론 법은 편파적인 사랑에 휘둘리지 않는다. 편파적인 사랑의 결과물이 객관적 증거로 제시된 경우에만 이를 판단대상으로 삼을 뿐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법전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극히 야만적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눈이든 이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보복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여 지던 당시의 사회에서는 그러한 동해보복 원칙이야말로 가장 공정한 해법이었다. 이처럼 법은 일반적으로 무엇이 공정한가에 대한 사회구성원들 사이 공인된 합의의 산물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있어 공정성이란 무엇일까?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차를 운전하다 사고까지 내고선 도리어 책임보험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피고인에게, 카드를 사용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파산·면책 결정을 받았으니 자신은 떳떳하고 이런 자신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이가 잘못이라는 이에게,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인 해가 될 이야기를 마구 떠벌리고선 우선 그 사람에게 사과부터 하고 원만히 해결하라고 종용하면 되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며 자신은 조금도 미안한 게 없고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그 사람이 나쁜 놈이고 그런 놈에게 사과하라니 너는 도대체 누구의 변호인이냐고 호통치는 피고인에게 제 본분을 잊고 울컥해 몰아붙일 때면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당신이 판·검사냐, 내 변호사 아니냐, 내 변호사면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물론 변호사에게는 진실의무가 있다. 하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성실의무와 비밀유지의무 또한 있으므로, 변호사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해서까지 진실발견에 협력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는 '법'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편파적인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 변호사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피고인에게, 당사자에게 편파적인, 편파적이어야 하는 사람이다.
하루키는 그의 <잡문집>에서 "편파적인 사랑이야말로 내가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장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찐팬이라는 이찬원은 "삼성 라이온즈 우승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그냥 삼성 라이온즈 그 자체로 응원합니다."라며 편파 야구 중계자로 나서기도 했다. 대놓고 편파적인 중계에 한 편은 무안해서 웃고, 상대편은 어이없어 웃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그 편파적인 사랑은 '편파적이어야 함'이 본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편파적임이 용납되지 않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법은 무엇보다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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