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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석민]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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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사재기(Hoarding)는 특정 물품이 부족해지거나 가격 상승이 예상될 때, 필요 이상의 물건을 미리 대량으로 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매점매석(買占賣惜)으로 불리는 투기형 사재기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물건을 창고에 쌓아 두어 인위적으로 가격을 폭등시키는 범죄 행위이다.

마케팅·조작형 사재기라는 특이한 유형도 있다. 음원 차트 조작,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등을 위해 음반·도서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행위이다. 실제 수요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와 국민에게 착시 현상(錯視現象)을 일으킨다. 조직적으로 이뤄지며 콘텐츠의 가치보다 '순위'라는 타이틀에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이다. 연예인·정치인들에게서 가끔씩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생존형 사재기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으로 불린다. '공포에 질린 구매'라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마스크·화장지 구매 대란을 생각해 보면 그 뜻이 선명해진다. 전쟁·자연재해 상황에서 라면·생수 등 생필품을 '나만 못 살 수 있다'는 불안감(不安感)이 전염되어 공포(恐怖) 심리가 발동한다.

최근 이란 전쟁으로 인해 '쓰레기봉투 사재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최근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부터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합니다'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일부 마트에서는 1인당 구매(購買) 가능 수량을 제한(制限)하고 직원이 직접 결제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원유 수급뿐만 아니라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수급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프타를 800℃ 이상의 고열로 분해해서 에틸렌·프로필렌·벤젠 등 석유화학 원료를 얻는다. 이것을 가공하면 비닐봉지·페트병·포장재·합성섬유·합성고무·타이어·이차전지용 분리막 및 도전재(導電材) 등 수많은 산업 소재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나프타 중동 의존도가 원유 못지않게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나프타는 원유와 달리 비축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대체 물량 확보도 쉽지 않다. 쓰레기봉투 패닉 바잉이 산업·경제·생활 대란(大亂)의 전조(前兆)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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