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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읽기'는 '자전거 타기'와 비슷… 문해력 향상 교육, 어릴수록 효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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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경 DGIST 뇌과학과 부교수 인터뷰
"읽기 능력 위해 필요한 '뇌 회로의 재배열' 충분히 이뤄져야"
"문해력 부족, 단순 개인 노력 부족 문제로만 볼 수 없어"
"유전적 요인·교육 수준·환경 등 다양한 원인 작용"
"문해력 저하 막으려면 적기에 교육적 개입 필요"

최한경 디지스트 뇌과학과 부교수
최한경 디지스트 뇌과학과 부교수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교육 현안을 넘어 '뇌과학적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한경 디지스트(DGIST) 뇌과학과 부교수는 문해력이 단순한 학습 능력이 아니라 뇌 발달과 밀접하게 연결된 능력이라고 강조하며, 유아기부터 읽기 능력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과 훈련을 중·고등학생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감각 정보 처리와 생체 리듬을 중심으로 뇌 기능을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로, 서울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연수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세계적 연구기관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맥거번 뇌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연구 역량을 쌓았다.

주요 연구 성과로는 생쥐 집단에서 두뇌간 커플링(동조현상) 패턴을 규명한 연구 등이 있다. 최 부교수는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뇌의 기본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감각·인지 기능과 정서 조절의 기전을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음은 최 부교수와의 일문일답.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뇌과학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는 뇌가 우리 몸에서 읽는 것을 담당하는 장기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읽는 것이 뇌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뇌과학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밝혀낸 내용이다. 읽기는 인류 문명이 비교적 최근에 발명한 능력으로, 진화적으로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기능이다. 즉, 숨 쉬기, 걷기, 먹기, 말하기 같은 능력은 뇌가 자연스럽게 준비하지만, 읽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읽기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해서, 중요한 시기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습득하기 어려운 능력이라는 점이 뇌과학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읽기 능력은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나.

-읽기 능력은 시각 피질, 언어 영역, 지식 저장 영역 등 여러 뇌 영역이 서로 연결되면서 발달한다. 이들 영역 간의 연결성이 읽기 능력과 매우 중요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읽기 능력이 청소년기까지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는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읽기 능력을 뒷받침하는 뇌 발달 연구는 교육 과정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읽기 능력은 말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발달을 시작해 중·고등학교 시기까지 계속 성장한다. 따라서 유치원 단계부터 읽기 능력에 대한 점검과 피드백이 필요하고, 중·고등학교에서도 높은 수준의 읽기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읽기 능력이 '발달 과정'이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읽기 능력은 특정 시점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발전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다. 문해력이 낮다고 해서 이미 늦었다고 볼 수는 없다.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꾸준한 교육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같은 나이인데도 읽기 능력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읽기 능력과 뇌 발달은 나이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 환경, 교육 경험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연령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읽기 능력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초등 시기의 읽기 능력 격차가 이후에도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의 읽기 능력에 따라 뇌 발달 수준이 다르다는 연구가 있다. 읽기를 위해 필요한 뇌 회로의 재배열(반복적인 경험과 학습 등의 변화를 통해 뇌의 연결망을 바꾸는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읽기 능력이 낮게 나타난다. 뇌 발달이 느린 경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을 따라잡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를 지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다. 다만, 읽기 능력이 이 두 경우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문해력 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환경과 경험의 차이도 중요한 요인이다. 읽기를 잘하는 학생은 독서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더 많이 읽게 되고, 독서 환경이 잘 갖춰진 경우가 많다. 결국 문해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적·환경적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디지털 환경 변화는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읽기 능력은 여러 뇌 영역을 연결하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높은 난도의 읽기 경험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사회적 접촉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언어 환경에 노출될 기회가 감소했고, 이는 언어 관련 뇌 영역의 활성 부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디지털 환경에서는 글을 읽지 않고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독서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문해력 발달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스크린 타임이 늘어날수록 뇌 영역 간 연결을 담당하는 백질 발달이 미흡해질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문해력은 '노력'보다 '뇌 발달' 문제라고 봐야 하나.

-읽기 능력은 유전적 요인, 교육 수준, 환경, 개인의 노력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해 형성된다. 읽을 수 있어야 독서의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인 읽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단순히 노력 부족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학생 수준에 맞는 전문적인 읽기 교육을 통해 타고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해력 저하는 방치할 경우 회복이 어려운가.

-뇌의 가소성(경험을 통해 뇌 구조와 기능이 변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현상)을 고려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해외 난독증 사례 등을 보면, 문해력 향상을 위한 개입은 어릴수록 효과가 크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적절한 교육적 개입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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