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확산으로 농업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생산과 유통, 마케팅 전반에 데이터 기반 관리 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더욱이 농업 정보화는 단순한 판매 채널 확대를 넘어 경영 방식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 SNS 홍보, 고객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디지털 수단이 접목되면서 농업인의 정보 활용 능력이 농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경북 경산시에서 '밀크하우스'란 이름의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배규미(46) 씨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농업인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농업·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에서 농부로 전향
배규미 씨는 태어날 때부터 젖소와 함께 자랐고 성인이 돼서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 가업(목장)에 합류한 것은 2015년부터다. 현재도 부친이 50년 넘게 목장을 책임지고 있고, 그는 그 기반 위에서 가공과 체험 그리고 온라인 판매와 홍보 전반을 맡고 있다.
농업인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낙농협회에서 받은 치즈 교육이 결정적이었다. 남는 우유를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인 유가공의 매력과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이다. 이후 개인 클래스는 물론 전국의 교육과정(충남대 목장형 유가공 교육과정 등)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또 배웠다. 유럽 연수도 두 차례 다녀오며 전문성을 키워나갔다. 단순히 우유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공하고 브랜드화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 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때 가족들의 반응은 걱정보다 응원에 가까웠다. 특히 아버지는 오랫동안 목장을 운영하면서 잉여 원유 문제와 원유 가격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귀농 전 결혼을 했던 터라 남편의 반응도 걱정됐지만 다행히 아내의 도전을 지지해줘 안심하고 유가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2018년에는 목장에 체험장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6차 산업 형태로 나아갔다. 그런데 2020년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으니 코로나였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체험 운영이 2년 여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다. 당시에는 그간 투자했던 시간과 비용이 모두 멈춰버린 것 같은 막막함이 컸다.
하지만 이 시기가 그에겐 전화위복이 됐다. 온라인 활동으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스마트스토어를 시작으로 쿠팡, 아이디어스, 사이소, 토스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로 판매를 확대해나갔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그것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고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온라인 판매와 홍보에 역량을 집중해 나갔다.
◆전체 매출의 98%를 온라인 판매로
현재 목장은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체험이 각각 수익 구조를 형성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1차 산업인 원유 생산은 연간 2억5천만원 정도로 안정적인 기반 수익이 되고 있다. 2차 산업인 유가공(요구르트·치즈)은 2025년 기준 3억3천만원 규모인데 월평균 5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스마트스토어 프리미엄 등급에 해당한다. 3차 산업인 체험 프로그램은 3천만원 수준이지만 단순 수익을 넘어 브랜드 신뢰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이점은 전체 판매의 약 98%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및 공동구매가 매출 성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올려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SNS 콘텐츠와 연결된 구조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온라인 채널을 판매 플랫폼 차원이 아닌 '브랜드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최소 월 1회 이상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판매 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한다. 고객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직접 설명하고 제품의 생산 과정 및 철학을 전달하는 식이다. 이렇게 신뢰를 쌓아가니 일회성 구매에서 반복 구매로 바뀌는 등 장기적인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마케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산시농업기술센터 추천으로 '경산시 정보화농업인연합회'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스마트스토어, SNS,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이를 실무에 적용했더니 초기 월 10만원 수준이었던 온라인 매출이 현재 50배 넘게 증가했다. 농업에 디지털과 마케팅을 결합해 얻은 놀라운 변화다.
◆타겟 설정하고 희소성과 제철성에 무게
온라인 판매 성공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품을 개발하기 전 '타겟 설정'을 분명히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자신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기에 자연스럽게 '내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제품'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핵심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첨가물을 최소화한 신선하고 안전한 유제품 이미지 구축에 집중했다. 이 전략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희소성과 제철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품 전략도 성공 포인트다. 연중 판매되는 제품 외에도 제철 과일을 활용한 시즌 한정 요구르트를 출시해 지금 아니면 구매할 수 없는 제품 이미지로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이는 단순 할인이 아닌 가치 기반 판매 전략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매출까지 견인하는데 도움이 됐다.
앞으로의 수익 확대 계획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로컬 연계 제품 강화'다. 경북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과일을 활용한 '로컬 과일 그릭요거트' 라인업을 확대해 밀크하우스 만의 시그니처 제품군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농가와의 상생 구조를 형성하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차별성도 부각시킨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는 '소포장 전략'이다.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춰 소량, 신선, 간편성을 강화한 제품 구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과 1인 가구를 동시에 고려한 제품 설계를 통해 구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재구매를 유도하려 한다. 세 번째는 '타겟 확장'이다. 현재는 '아이를 위한 유제품'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향후 시니어 시장까지 뻗어나간다는 청사진이다. 초고령 사회에 맞춰 소화가 편하고 건강 기능성을 고려한 시니어 맞춤형 유제품을 개발, 고객층을 넓히고 안정적인 수요도 확보할 방침이다.
배규미 씨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주력 제품인 아기 요거트와 소포장 치즈의 품질,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쓸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믿고 먹는 유제품 브랜드'로 자리잡는 게 목표"라고 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들에 농업은 기회
귀농을 생각하는 청년들을 향해선 "농업이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제 농업에서도 스마트폰과 SNS,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필수가 되면서 이에 강점이 있는 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농사를 잘 짓는 것을 넘어 그것을 상품화하고 브랜드화할 수 있는 능력이 농업 경쟁력인 시대"라며 "SNS 활용이나 콘텐츠 제작, 데이터 해석 등에 능한 청년이라면 농업에서 충분히 기회를 만들어볼 수 있다"고 했다.
농업에 막 진입했다면 '절대 혼자서 하려고 해선 안 된다'는 선배의 충고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농업은 너무 많은 요소가 얽혀 있는 분야이므로 정보화농업인연합회 등과 같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배우고 실행하며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농업은 힘든 일인 동시에 제대로 방향만 잡으면 그 무엇보다 큰 가능성을 가진 파트"라며 "이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청년농업인 지원책과 관련해선, 농촌에 들어와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에 진입한 청년들을 혼자 두지 않는 것이라는 그는 "청년농업인이 지역 안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보와 기회를 공유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농촌은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구조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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