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남녀 통합선발 방식이 적용된 경찰 순경 공개채용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찰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 대응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경찰 내부에서는 실제 조직의 성비와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과도한 우려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첫 통합순경공채 여경비율 37.8%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경 공채 합격자 2천941명 가운데 여성은 1천112명으로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예년 여성 합격자 비율(16~1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구는 여성 합격자가 전체의 50%를 차지해 부산(54.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경찰이 올해부터 남녀 구분 채용을 폐지하고 통합선발 방식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순경 공채는 남녀 선발 인원을 미리 정해 채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성별 구분 없이 필기·체력·면접 성적을 종합해 합격자를 선발했다.
다만 실제 경찰 조직의 성비는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이다. 대구지역 전체 경찰관 중 여성 비율은 17% 수준이다. 전국 역시 여성 경찰 비율은 16%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번 채용 결과만으로 조직 전체 성비가 급격히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치안 공백 우려 과장" vs "현장 대응 고려해야"
통합선발 시행 이후 온라인에서는 여경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과거 취객 대응이나 현장 제압 과정 일부 장면만 편집한 이른바 '여경 조롱 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복 확산되면서, 개별 사례가 여성 경찰 전체의 역량 문제로 일반화되는 양상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통합선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여성 합격자 비율이 크게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역경찰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여성 경위는 이번 채용 결과를 곧바로 치안 공백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그는 "경찰 조직은 원래 남성 비율이 높아 이번 기수에서 여성 비율이 절반이 됐다고 해도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아니다"며 "예전에는 지구대마다 여성 경찰이 한 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팀마다 한 명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업무가 지역경찰뿐 아니라 수사와 형사, 피해자 보호, 행정 등으로 나뉘는 만큼 신임 경찰이 모두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업무 능력은 성별보다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며 "필기시험을 잘 봐도 체력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한 번의 채용 결과만으로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반복되는 여경 관련 영상에 대해서도 그는 일부 사례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여경이 현장을 제압한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며 "여성 피해자나 여성 피의자, 여성 주취자를 상대할 때는 여성 경찰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선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 업무 특성을 고려한 보완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사 계급의 한 경찰관은 "여성 경찰이 필요한 분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신임 경찰 대부분이 지역경찰로 배치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성비가 계속 5대5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적절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일반 행정직과 달리 물리력 행사가 필요한 직무인 만큼 채용 방식이 바뀐 이유와 기대 효과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녀 숫자보다 치안 수요 맞는 인력 운용 중요"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한 남녀 비율 논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체력시험은 일정 기준만 넘으면 모두 통과하는 패스 앤드 페일(Pass & Fail) 방식이라 변별력이 크게 낮아졌다"며 "필기 성적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여성 합격자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또 "여성 경찰은 여성 피해자나 피의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라면서도 "반면 물리력 행사가 필요한 현장에서는 신체 조건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체력시험의 변별력을 강화해 직무 수행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는 방향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직무에 적합한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라며 "경찰청도 통합채용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한 뒤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장기적인 인력 수요에 맞춰서 인사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채용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도 제도 보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여경 증가로 인한 현장 대응력 약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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