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50대 A(대구시 수성구) 씨는 주변에선 많이 벌어 좋겠다고 부러워들 하지만 실제론 구멍 뚫린 것 마냥 돈이 다 어디로 새나간다고 하소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양가 부모님 부양과 자녀 셋 교육 등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다 그의 몫이다. 현재 모친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고 장모님은 건강하지만 생활비를 드려야 한다. 애들도 하나는 인서울(Universities in Seoul)을 해 좋기는 하지만 집값과 등록금, 용돈까지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다. 하나는 재수생이라 학원비를 내줘야 한다. 또 하나는 대학 졸업은 했지만 독립을 하지 않고 함께 살고 있다. 자칭 유튜버라지만 취업을 못해 그러고 다니는 것이지(A씨의 표현) 딱히 수입은 없다. 당연히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들어보니 많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는 그의 푸념이 엄살이 아니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이 역할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선 전문직이라 퇴직이 없어 좋겠다고 얘기하지만 은퇴 없이 계속 위아래(부모와 자식) 뒷바라지를 하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넌더리가 난다. 자신도 남들처럼 은퇴 후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적자 상태까지는 아니니 그것만 해도 어디냐 하고 스스로 위안할 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비단 A씨만이 이런 고단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정신적·심리적 위기까지 삶의 이중고에 허덕이는 '낀 세대'(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감당하는 40대 후반에서 60대 사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허리를 담당해온 이들 세대가 '이중 부양'의 현실적 굴레 속에서 심신이 모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낀 세대를 지칭하는 또 다른 말로는 '마처세대'가 있는데, 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정작 자녀에겐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다.
낀 세대는 마처세대의 원래 뜻대로만 돼도 감지덕지라고 입을 모은다. 취업난 심화로 성인이 됐어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란 복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모 건강보험에 얹힌 31~40세 자녀 피부양자(피부양기간 연속 1~10년)는 14만2천457명에 달했다. 41~50세 자녀 피부양자(피부양 기간 1~20년)도 3만3천565명이나 됐다. 이는 중간에 취업했다 건보료를 낸 경우를 제외한 결과이므로 실제 캥거루 자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우울증을 겪는 중장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우울증 진료를 받은 40대는 2020년 11만276명에서 지난해 16만7천251명으로 52%나 늘었다. 전 연령대 평균 증가율(30%)을 22%포인트(p)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낀 세대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사회 시스템 차원의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효(孝)라는 사적 영역이 공공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속에서 그간 우리 사회의 복지 구멍을 낀 세대가 메워온 측면이 크다"며 "여기에 자녀 부양의 굴레도 계속되다 보니 개인이 감당하기엔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낀 세대의 경제적·심리적 연착륙이야말로 향후 국가 재정 건전성 확보의 핵심"이라며 "이제는 개인 차원이 아닌 노동·복지 등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개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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