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배우자가 성폭행 피해로 낳게 된 아이를 출산해 입양을 보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를 이유로 혼인 취소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20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결혼 1년 만에 아내의 과거 출산 사실을 알게 됐다. 이사를 준비하던 중 발견한 상자에서 갓난아기 사진과 출생신고 서류를 확인하면서다. 서류에는 어머니로 아내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A씨의 질문에 아내는 하얗게 질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아내는 과거 성폭력 피해로 인해 임신과 출산을 겪었으며 이후 아이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그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억이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했다.
A씨는 "머리로는 아내가 겪었을 그 끔찍한 고통을 납득하지만 결혼이란 서로의 인생을 함께하는 일인데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저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결혼했다는 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결혼 전에는 솔직히 털어놨어야 한다. 그랬다면 이 결혼을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알리지 않고 결혼한 게 사기에 해당하는지,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나희 변호사는 민법 제816조 제3호를 근거로 사기 혼인의 요건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민법은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쉽게 말해 상대방이 중요한 사실을 속여서, 그 사실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과거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속였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제시됐다. 2016년 2월 18일 선고된 판결에서는 결혼 전 성범죄로 인한 임신 및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례에서 혼인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과 출산이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며, 이를 반드시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혼인 취소는 법적으로 혼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지만, 실제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혼인 취소의 경우에도 재산 분할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실제로 일정 기간 부부로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다면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자료 청구 역시 가능하지만, 개별 사정에 따라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만약 배우자가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해서 결혼에 이르게 된 경우라면, 이는 상대방에게 정신적 손해를 입힌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혼인취소 사건에서는 보통 취소 청구와 함께 위자료 청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이 사연처럼 배우자가 과거의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위자료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 사실을 숨긴 경위나 사정, 그리고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속였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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