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화 중 한 취재원이 "아동과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를 대리해 온 이승훈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강북구청장에 출마했다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냐"는 얘길 했다. 난 그게 그렇게 큰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흉악범도 절차상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방어하는 게 변호사 역할이기 때문이다. 평소 정치적 소신 보단 직업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난 그렇게 대화를 종료했다.
며칠이 지나고 우연히 강북구민을 만났다. 갑자기 이 변호사 생각이 나 질문을 던졌다. "지금 사시는 곳에 아동과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를 대리해 온 변호사가 출마했다는데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는 잠시 고민하다 조심스레 대답을 내놨다. "변호사니까 그럴 수 있죠. 그게 직업이잖아요. 근데 정치 입문하고도 그랬대요? 정치 입문하고 그랬다면 전 출마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 얘길 듣자마자 이 변호사가 정치를 언제 입문했는지 찾아봤다. 2016년이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에 입당해 강북갑 국회의원직에 공천을 신청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최소 15건 이상의 성범죄 관련 사건에서 피고인 측을 대리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이 변호사가 정치에 입문하고 1년이 지난 2017년으로 돌아간다.
운동강사 A 씨는 2017년 아동 성폭력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사건을 자백하며 이 변호사를 선임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06년 3월 인천 서구에서 8세 여아를 자신의 차로 유인해 성추행했다. 9월엔 고양시 덕양구에서 9세 여아의 집으로 따라 들어가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2년 뒤인 2008년 5월엔 김포시에서 3세 여아와 7세 여아에게 "아저씨 성기에 가시가 박혔다. 빼는 걸 도와주면 천 원을 줄게"라고 유인해 성추행을 이어갔다. 1심 재판부는 징역 9년을 선고했으나 이 변호사를 포함 변호인 측이 "범행 당시 초범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2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을 이끌어냈다.
그뿐만 아니었다. 이 변호사는 2021년엔 여자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해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B 씨와 를 변호했고 2023년엔 교제 중인 여성의 딸과 그 친구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에 취해 옷을 모두 벗고 잠든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던 C 씨를 변호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12세 아동에게 "더 변태 짓 해줄까요" "보여 달라고 하면 안 되겠죠?" 등의 메시지를 보낸 D 씨와 가출 청소년에게 숙식을 제공한 뒤 성매매를 권유한 E 씨 재판도 맡았다.
이 변호사가 이런 사건을 맡은 건 처음 정치권에 출사표를 던진 뒤의 일이다. 판결문을 차례로 읽은 뒤 강북구민이 했던 말을 다시 곱씹어봤다. 최소 시민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선언했다면 그 이후엔 흉악범을 변호하는 일은 기피했어야 했다는 게 그 분 의견이었다. 그러던 중 친한 변호사의 얘기도 들었다. 이 변호사는 유명 정치인의 아들인데 아버지가 출마 선언을 한 이후부터는 흉악범죄 변호를 맡지 않아서 삶이 꽤 팍팍해졌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뒤에도 난 이 변호사의 삶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024년 제22대 총선 때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 조수진 변호사가 아동 성폭행범 변론 논란이 됐던 때에도 난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변호사 과거 이력을 보다 이런 생각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신청하며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경선 탈락 뒤 바른미래당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했다. 법무부에선 여성아동정책 심의위원도 지냈고 민생경제연구소에선 '공익'법률위원장을 지냈다.
당적을 바꾸고 성범죄자를 변호하면서도 여성아동정책 심의위원을 지내고 공익법률위원장을 했기에 그에겐 정치적 소신이 더 중요했던 것 아닌가란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런 고민 도중 여야 대표 정당에서 각기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서울 구로구청장 후보로 단수공천했던 홍덕희 변호사에 대한 공천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소식이었다. '계곡 살인사건' 주범 이은해를 변호했던 과거 이력이 뒤늦게 드러나서였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 변호사의 경선 승리 소식을 전했다. 뭐가 맞는 건지 궁금해 이 변호사에게 여러 번 연락을 했지만 답은 없었다. 뭐가 맞는 걸까. 기자의 삶도 팍팍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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