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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후부, 야생동물기피제 단종 임박하자 농식품부에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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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물제품 승인 유예기간 다가오자 돌연 약사법 들먹이며 '동물용 의약외품' 주장
기피제 등은 방역 간접 효과일 뿐, 직접 작용하는 의약외품과 괴리
현실 외면한 탁상행정에 국가 방역망·농작물 보호 공백 우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 한 돼지농장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 한 돼지농장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 차단과 농작물 피해 예방의 핵심 방어선 역할을 해온 야생동물 기피제가 현실과 맞지 않는 인증 기준에 부딪혀 오는 6월 단종 위기에 처한 가운데,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사태 해결은커녕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돌연 농림축산식품부로 규제 책임을 떠넘기려는 촌극을 벌이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23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야생동물 기피제 시장이 정부 부처 간의 무책임한 '핑퐁 게임'으로 붕괴 직전에 놓였다. 기후부가 관련 제도의 현실적 결함을 보완하는 대신, 법령을 무리하게 해석하며 농식품부로 골칫거리를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3월 6일 본지 보도를 통해 야생동물 기피제가 '화학제품안전법'상 살생물제품 인증 체계로 편입되면서, 업체들이 기준(GLP)을 감당하지 못해 제품 생산을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기피제는 살충제 등과 다름에도 같은 기준에 포함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당장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접근을 줄이거나 예방할 수단이 사라지면 국가 방역망과 농작물 보호 시스템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후부는 제도를 개선하거나 승인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정상적인 수순 대신 다소 무리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지난 3월 23일 농식품부에서 열린 부처 간 실무협의에서 기후부는 농작물 피해 예방용 기피제는 '농약관리법'에 따른 농약으로, 가축 질병 확산 차단용 기피제는 '약사법'에 따른 동물용 의약외품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학제품안전법 제5조에 따라 다른 법률로 관리되는 기피제는 살생물제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기후부의 이러한 주장은 관계 법령의 기본 취지를 외면한 논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약사법상 의약외품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살균, 살충 등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제제를 뜻한다.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고시에 명시된 동물용 기피제 역시 동물의 체표나 주변에 적용해 해충을 쫓거나 애완동물의 행동을 유인하는 용도로 엄격히 한정돼 있다.

반면, 멧돼지 등 야생동물 기피제는 냄새나 자극을 통해 야생동물의 접근을 감소시키는 화학물질이다. 기피제로 인해 야생동물이 오지 않아 결과적으로 ASF 예방에 기여하는 것은 '간접적 효과'일 뿐이다. 이를 의약적 기전을 가진 소독제나 해충 구제제와 동일 선상에 놓고 동물용 의약외품으로 포장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예방과 관리는 기후부의 업무로 볼 수 있다. 기후부 소관 법률인 '야생생물 보호와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제12조(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의 예방 등) 등 조항이 포함돼 있다.

토양이나 수계 등 자연환경에 직접 살포되는 화학물질의 생태 독성을 관리하고 평가해야 할 기후부가, 동물 질병 방역이라는 부수적인 결과를 빌미로 가축 생리에 특화된 농식품부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처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라는 바판도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한편, 기후부 관계자는 살생물제품 승인 유예기간 만료가 임박한 상황을 비롯해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농식품부와 협의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피제는 동물용 의약외품으로 볼 수 있으며, 제품 제조사 중 순수하게 멧돼지 기피제 목적으로 제조하는 업체로 부터 승인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문의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기피제가 생물을 죽이는 살충제, 살서제와 같은 기준에 묶였다. 당연히 기준 보완에 대한 논의나 정부의 가이드가 나올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단종이 임박한 상황에서 농식품부에 떠넘기려 한다고 하니 관련 업계는 죽으라는 것인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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