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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김교영] 일터인가, 전쟁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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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산업재해 근로자의 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추모 팻말과 붉은 꽃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일을 하다가 죽는다. 이토록 허망(虛妄)한 일이 있을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슬프고, 미안하고, 억울해서….

지난해 산업재해(産業災害) 사망자는 605명이었다. 몇 명이 줄어도 모자랄 판에 전년보다 16명(2.7%) 늘었다. 하루 2명이 일터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는 113명이다. 건설업 사망자 감소 영향으로 전년보다 24명(17.5%) 줄었다. 정부는 점검과 감독을 강화한 결과라고 자평(自評)한다. 안전대 착용과 같은 기본 수칙을 강조하고, 고위험(高危險) 사업장을 집중 관리한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짧은 기간의 단순한 수치 감소를 정책 성과로 떠벌리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憫惘)하다. 건설업 사망자 감소는 다행스럽지만, '건설 경기 침체 여파'란 요인을 배제(排除)할 수 있나? 더욱이 제조업에선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같은 기간 제조업 산재 사망자는 52명으로 23명(79%) 증가했다. 특정 대형 사고(14명이 숨진 대전 안전공업 화재)를 제외하더라도 사망자가 늘었다.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불리한 현실은 덮고 유리한 통계만 강조하는 태도로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은 최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유럽연합(EU)보다 5배 높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2022년 기준)를 보면, 한국의 근로자 10만 명당 '치명적(致命的) 산재'(사고 발생일 1년 내 사망) 희생자 수는 4.3명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낮은 몽골(4.8명), 콜롬비아(4.7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란 말이 부끄럽다.

우리나라 산재는 여전히 '후진국형'이다. 반복되는 추락, 끼임, 폭발 사고는 안전에 대한 인식과 구조(構造)의 문제다. 삼립 시화공장에선 지난해 5월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곳에서 올해 2월 불이 나 3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다쳤다. 지난 10일엔 근로자 2명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은 참담(慘澹)하다. 위험이 외주화(外注化)되고, 안전은 비용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작가 김훈은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고 일갈( 一喝)했다. 그의 말처럼 죽음이 반복되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구조'가 된다. 죽음이 통계로만 소비되는 사회는 감수성(感受性)을 잃은 곳이다. 산재는 진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과 안전은 보수와 진보를 초월한 인류의 절대적 가치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현실을 방치한 채 '개혁' '성장' '안정'을 운운하는 것은 반문명·반인륜적이다. 하루에 2명의 노동자가 온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어떤 경제 성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반도체를 만들고, 자동차를 수출하고, AI 강국이 되면 무얼 하나. 그 뒤편에선 떨어지고, 끼이고, 질식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4월 28일은 두 번째 맞는 '산재근로자의 날'이다. 일하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안전한 일터를 다짐하는 날이다. 왜 우리는 노동자의 무탈(無頉)한 귀가를 보장하지 못하는가. '직(職)을 걸겠다'는 결기만으론 한참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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