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민수(46) 씨는 퇴근길에 오른쪽 시야가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을 겪었다. 초점이 잘 맞지 않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다. 단순한 피로나 스마트폰 과다 사용 탓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시력이 돌아오지 않자 다음날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계절이 바뀌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에는 우리 몸의 혈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흔히 혈관 질환이라고 하면 심장이나 뇌를 먼저 떠올리지만, 우리의 눈 또한 혈관 건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통증도 없이 한쪽 눈의 시야가 깜깜해졌다면 그것은 눈에 생긴 중풍, 즉 '망막동맥폐쇄(Retinal Artery Occlusion)'일 가능성이 높다.
◆동맥 막히며 시력 급격히 저하
망막은 카메라에 비유하자면 초점이 맺혀 사진이 찍히는 필름에 해당하는 신경 조직이다. 망막은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영양, 산소를 공급받는다.
망막동맥폐쇄는 이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혈전(피떡) 등으로 인해 막히면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을 말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혈액질환 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이 생겨 발생한다. 특히 50~70세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며, 기저질환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통증이 전혀 없으면서도 갑작스럽게 시력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약 80% 이상이 손가락 개수를 겨우 세는 정도(Counting fingers) 이하로 시력이 감소하며, 이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뇌경색과 한 뿌리, 왜 위험한가
망막동맥폐쇄는 발생 기전과 위험 요인을 뇌경색과 공유한다. 눈의 혈관이 막혔다는 것은 이미 몸 전체의 혈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하는 강력한 전조 증상이다.
망막동맥폐쇄 환자의 약 24%에서 급성 뇌경색이 동시에 관찰된다. 연구에 따르면 망막동맥폐쇄 발생 후 1년 이내에 뇌경색을 포함한 심뇌혈관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약 10%에 달한다. 특히 혈관 사건의 절반 이상이 망막동맥폐쇄 발생 후 30일 이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므로, 초기 한 달간의 정밀 진단과 관리가 매우 치명적이다.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 검사 과정
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하면 안과적 검사와 진단은 필수다. 하지만 진단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뇌경색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뇌혈관 평가가 필수적이다.
우선 경동맥·경두개 초음파를 통해 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의 협착이나 혈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초음파를 통해 뇌 혈류의 상태를 파악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 위험을 평가한다. 심장 검사(심전도 및 심초음파)는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나 심장 판막 질환에 의해 발생한 혈전이 눈으로 날아와 혈관을 막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뇌 자기공명영상(MRI) 및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통해 동반된 뇌경색 유무를 확인하고 뇌혈관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촬영해야 한다.
앞선 검사들에서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정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 뇌혈관조영술(TFCA)을 시행한다. 대퇴동맥을 통해 미세 도관을 삽입하여 눈으로 가는 뿌리 혈관인 안동맥(Ophthalmic artery)의 협착이나 폐쇄 여부를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가장 정밀한 검사법이다.
◆'골든타임' 사수 곧 시력이자 생명
망막동맥폐쇄는 단순히 시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마지막 혈관 경고 신호다. 과거에는 혈전용해제를 통한 재관류 치료가 시도되기도 했으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그 효과에 대해 여전히 논란(Controversial)이 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재 가장 중요한 대응은 발생 즉시 전신 혈관에 대한 정밀 평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위험 요인 조절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혈관 사고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인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키길 바란다.
도움말: 홍정호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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