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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핫플레이스] 도심 속 시간여행 '의정부 8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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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도심 곳곳을 누비는 의정부경전철. 경전철을 타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의정부 시내를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다. 의정부시 제공
의정부 도심 곳곳을 누비는 의정부경전철. 경전철을 타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의정부 시내를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다. 의정부시 제공

북적대는 서울 도심을 벗어나 북쪽으로 향하다 처음 마주하게 되는 도시, 의정부시. 봉긋 솟은 도봉산을 배경으로 여러 갈래 하천 사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건물과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거리들은 대도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언뜻 여느 중소도시 풍경쯤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구석구석 거닐다 보면 왜 요즘 젊은 세대들이 '뉴트로(신복고)' 감성에 열광하는지 고개를 절로 끄덕일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이미지는 아마 오랜 기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개발이 묶여 있다 이제 막 성장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웅장한 대자연이나 화려한 건축물을 품진 않더라도 소박한 재미, 따뜻한 감성 등으로 발길을 머물게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의정부 8경'으로 불리는 명소들이 바로 이런 곳이다.

의정부시 도봉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망월사. 경기도에선 드문 천년 고찰로 봄이면 많은 등반객 발길이 닿는다. 의정부시 제공
의정부시 도봉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망월사. 경기도에선 드문 천년 고찰로 봄이면 많은 등반객 발길이 닿는다. 의정부시 제공

◆'쉼표'가 있는 풍경

의정부에 걸쳐 있는 도봉산 기암절벽 사이에는 신라시대 창건된 고찰이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다. '망월사'라고 하는 고색창연한 이 절은 천년이 넘는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야기와 비경을 품고 있다. 절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며 무념무상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곳에는 오로지 침묵과 자연만이 있을 뿐이다. 365일 남녀노소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으며, 도봉산을 찾는 등반객이라면 빼놓치 않고 거쳐가는 곳이다. 종교를 떠나서 마음의 휴식을 원하는 모든 이들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다.

도봉산과 나란히 한 사패산에는 망월사보다는 조금 뒤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회룡사'라는 절이 또 하나 있다. 이곳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무학대사에 얽힌 전설로 유명하다. 또 회룡사 북쪽에 있는 석굴암은 일제강점기 백범 김구가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기 전 잠시 피신해 있던 곳으로 알려졌다. 절 자체가 아담하고 산세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일 정도다. 특히 가을 단풍이 물들면 절 풍경이 더욱 돋보여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야 하는 망월사와 비교하면 산 중턱이라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산 입구에서 2㎞ 안팎에 약간 숨이 찰 정도로 오르다 보면 절이 눈에 들어와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주말 전철을 타고 와 이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 머물다 가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한다. 절에서 올려다 보는 도봉산 풍경은 마치 절을 감싸 안은 듯 푸근한 감마저 준다. 수도권의 도심 속에 이처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쉼터가 있는 도시는 흔하지 않다.

미학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는 국내 최초 의정부미술도서관. 마치 미래 도서관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의정부시 제공
미학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는 국내 최초 의정부미술도서관. 마치 미래 도서관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의정부시 제공

의정부에는 도봉산 외에 수락산도 있다. 그중에서도 수락산 '도정봉'은 빼어난 경관으로 수도권에선 유명하다. 해발 525m 높이라 일반인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등반 코스로 무엇보다 도정봉은 화강암 능선으로 이어져 기차바위, 철모바위 등 여러 생김새의 바위를 감상하는 것도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 막힘 없이 탁 트인 풍경이 산행 내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문화·예술을 만나는 곳

도봉산과 사패산 입구 근처 전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불과 2㎞ 정도 떨어진 공원에서는 독특한 디자인의 '음악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책만 읽던 도서관에서 탈피해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춘 신개념 도서관으로, 책과 음악, 공간의 융합을 경험할 수 있다.

1층은 일반 도서관처럼 책을 읽는 공간이며, 2층에서는 수많은 명곡의 악보와 디지털 콘텐츠들을 이용할 수 있고 커뮤니티 공간에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3층에는 넓은 공간의 뮤직홀에서 음악 감상을 즐길 수 있고 피아노 연습과 컴퓨터 음악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공공도서관으로 간단한 절차에 따라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의정부 도봉산과 이어진 사패산에 고즈넉히 자리한 회룡사.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의정부시 제공
의정부 도봉산과 이어진 사패산에 고즈넉히 자리한 회룡사.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의정부시 제공

도봉산과 사패산 아래 음악도서관이 있다면, 수락산과 가까운 의정부경전철 탑석역에서 2㎞ 정도 거리에는 '미술도서관'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미술도서관으로 올해 개관 7주년을 맞았다. 도서관 전면이 거대한 유리창이며, 실내 시설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을 방불케 한다. 마치 미래 도서관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세련되고 기하학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1층에는 작품 전시관을 비롯해 국내외 건축·예술 관련 도서 및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은 일반도서와 자료실로 구성돼 있고 3층은 신진 작가의 창작활동을 위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인 '의정부예술의전당'은 2001년 개관 이래, 우수한 공연과 다채로운 전시로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음악극 축제와 블랙뮤직페스티벌 등 수준 높은 지역 문화예술을 선보인다.

전면이 창으로 이뤄진 의정부음악도서관. 이곳에선 독서와 함께 고음질의 음악감상을 할 수 있다. 의정부시 제공
전면이 창으로 이뤄진 의정부음악도서관. 이곳에선 독서와 함께 고음질의 음악감상을 할 수 있다. 의정부시 제공

◆궤도 따라 시내 구경

의정부 도심 위로는 '경전철'이 달리는 궤도가 지난다. 작지만 제법 많은 사람을 싣고 매일 시내 구석구석을 누빈다. 경전철을 타면 의정부의 웬만한 주요 장소를 다 둘러볼 수 있다. 빽빽한 건물 사이를 뚫고 시장과 하천 위를 지나며 내려다보는 세상은 낯선 이에겐 도시 여행의 낭만처럼 비칠 수 있다.

의정부의 관광명소나 문화공간을 가보고 싶다면 경전철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 절약이라는 편리함 외에 색다른 재미도 얻을 수 있다. 계절마다 색을 바꾸는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지상에서 파노라마처럼 엿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풍경을 한 눈에 보고 싶다면 경전철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한때 젊은 세대에겐 호기심, 중장년에게 추억을 돋게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이 살던 동네 배경이 됐던 곳도 볼 수 있다. 의정부에는 우리나라가 처음 올림픽을 유치했던 시절의 모습이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다.

수락산 도정봉에서 내려다 본 의정부시 풍경. 능선 따라 희귀한 바위가 많아 등반길 심심치 않은 재미를 준다. 의정부시 제공
수락산 도정봉에서 내려다 본 의정부시 풍경. 능선 따라 희귀한 바위가 많아 등반길 심심치 않은 재미를 준다. 의정부시 제공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의정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70년 역사를 간직한 '의정부제일시장'이다. 6·25전쟁이 휴전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난민과 토착민들이 살을 부비며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630개가 넘는 점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현대식 시설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의정부의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시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먹거리 코너들에서는 추억의 간식부터 한국화된 세계 음식까지 다양한 별미를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70년 역사를 간직한 의정부제일시장. 의정부만의 독특한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70년 역사를 간직한 의정부제일시장. 의정부만의 독특한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뉴트로' 감성으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의정부시 제공

몇몇 점포는 1980년대 외관을 간직한 채 실내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 겉과 속이 다른 분위기를 연출, 10·20대 고객을 끌고 있기도 하다. 청년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참신한 창업 아이템으로 MZ세대의 감성을 입힌 덕분이다. 또한 십수 년 전부터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대형 백화점이 있긴 하나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의정부를 찾는 여행객들은 한 번쯤 꼭 들리는 곳이다.

경인일보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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