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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6>한 쌍의 잠자리와 연꽃에 담은 구애, 김홍도 '하화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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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김홍도(1745-1806?),
김홍도(1745-1806?), '하화청정(荷花蜻蜓)', 종이에 담채, 32.8×46.9㎝,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연꽃과 잠자리를 그린 '하화청정'은 아리따움이 넘치는 작품이다. 요염하기까지 한 홍련 한 송이가 피어있고, 그 앞으로 연못가에 흔히 보이는 잠자리 두 마리가 있다. 붉은색과 푸른색이니 암놈과 수놈이다. 투명한 네 개의 날개가 포옹이라도 하려는 듯 활발한 모양새여서 마주한 한 쌍의 잠자리를 빌어 활짝 핀 연꽃 같은 사랑을 구하는 연심(戀心)을 격조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하화청정'은 조선 후기 그림 중에서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꼽자면 빠지지 않을 것 같다. 한눈에 착 들어와 감기며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런 유형의 그림이 많지 않았다. 화가들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주요 감상자, 수요자인 양반사대부들이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학자들은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감정을 절제하는 '낙이불음(樂而不淫) 애이불상(哀而不傷)'의 중용을 미덕으로 여겼고 담담한 그림을 선호했다. 화조화의 경우도 아리따움을 가라앉힌 담백한 화풍이 많다.

그런데 김홍도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걸까? 여느 양반사대부의 감상을 위한 그림은 아니었을 듯하다. 자신의 연인을 위해서 그렸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또는 친구가 연모하는 여인을 위해 친구에게 그려준 것일까? 어느 모로 보나 남성 감상자를 위한 그림은 아닐 것 같다.

연밥과 꽃술을 감싼 꽃잎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제각각 춤추는 가운데 분홍빛 선으로 꽃잎의 방향과 뒤집어진 모양까지 윤곽선으로 세밀하게 그렸고, 그 안으로 연분홍에서 진분홍까지 색조를 조절하며 칠해 실물감을 주었으며, 꽃잎 하나하나에 농담을 얹은 가는 직선과 물결 같은 부드러운 곡선을 교대로 반복해 연꽃 특유의 질감을 표현했다. 그 선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세부를 구성한 표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호 '단원'을 활발한 획의 능숙한 초서로 써넣었고 인장은 '김홍도'다. 단(檀)자는 오른쪽이 심하게 올라간 비스듬한 형태라 날렵한 운동감이 느껴지고, 원(園)자는 여백이 많아 안정감이 있고 여유롭다. 생생한 회화미가 너무도 압도적인 작품이라 단원이라는 서명이 더욱 위대해 보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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