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대구직업전문학교에서 만난 박태규(68세)씨.박 씨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용접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KT에서 25년 근무 후 지난 2014년 명예퇴직 후 아파트 기전실에서 7년간 근무하는 등 쉼없이 살아왔다.연금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자녀에게 기대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박 씨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이곳 용접 실습실에는 박 씨 또래의 많은 베이버 부머들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마스크 너머로 땀을 흘리며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대한민국 '마처세대'(만 55~64세)만 85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6.4%에 달한다. 이들 중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위 10%를 제외한다면, 750만~800만명이 은퇴 이후에도 엄청난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혹시나 본인 건강마저 챙기지 못한다면, 3대 가족 전체가 무너지는 아픔마저 감수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재)돌봄과 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1960년대생 980명을 대상으로 웹·모바일 조사(2024년도)를 실시한 결과 '이중 부양'(부모와 자녀) 상황에 처한 응답자가 15%에 달한다고 밝혔다. 돌봄 비용은 월 평균 164만원이며, 2명 중 1명이 2개 또는 3개 이상의 일터에서 노동을 하고 있었다. 또, 10명 중 3명은 자신의 고독사를 우려하고 있었다.
◆10명 중 6명 "현재 노후 준비중"
마처세대 중 절반 이상은 한쪽(부모 또는 자녀) 혹은 양쪽(둘 다)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그중 15%는 '이중부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보니, 본인들의 노후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전체의 89%가 "노후 책임은 내 몫"이라고 답했고, 62%만 "현재 노후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마처세대의 암담한 통계는 또 있다.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해, 직접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10년 사이 갑절로 늘어났다. 5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60세 이상 취업자는 656만6천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무려 30만명 가까이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이제 차례로 은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 세대는 거의 절반이 부모에게 상당한 액수의 용돈을 드리고 10명 중 3명은 직접 모시고 산다고 한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연금, 주식, 부동산 등)에 비해 경제적 형편이 더욱 열악하다는 현실이다.
마처세대는 고물가의 장기불황에 중동 전쟁의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점차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국가나 지자체,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파격적인 지원이나 획기적인 대책(구조적 해결)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노동 빈곤층 급증
2년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의 10명 중 4명이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족 등을 이유로 다시 일용직 노동현장으로 내몰리는 고령층이 많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극단적인 양극화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들 중 최상위권 수준이다.
부모 부양 후 빈곤해지거나, 자녀 키우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중산층의 노후 대책인 국민연금도 충분치 못한 수령금액 때문에 다시금 일터로 나서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예 사각지대에 있거나 한푼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마처세대에겐 이제 노후 준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엔 부모 부양의 사슬을 끊기도 하다.
각종 마처세대 분류법도 흥미롭다. 경제 상태별로는 안정형(연금+자산), 불안정형(국민연금), 취약형(무연금, 저소득)으로 분류된다. 노후 준비 수준별로는 준비 완료형, 부분 준비형, 무준비형으로 구분된다. 몸 상태에 따라 건강 유지형, 만성질환 관리형, 돌봄 필요형(요양 or 간병)으로 나눠진다. 지역별 격차도 상당하다. 수도권에 비하면, 경북의 고령화 소멸 지역 등이 가장 열악하다.
한편, 미국에서도 '샌드위치 세대'라는 말이 40여 년 전 등장했다. 직장에서 일에 치이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도 다 돌봐야 하는 워킹 맘을 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40~59세 사이의 중년층 71%가 부모(7천600만명 베이버부머 세대)와 자녀의 '이중 부양' 부담을 떠안은 샌드위치 세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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