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손꼽히는 대형 전통시장인 칠성종합시장. 청과시장, 삼성시장, 경명시장, 능금시장과 주방, 가구시장, 꽃시장 등 여러 시장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구조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주방용품에서 꽃, 과일까지 진열 품목이 수시로 바뀌고, 잠시 한눈을 팔면 전혀 다른 구역으로 들어설 만큼 동선도 복잡하다.
이 거대한 시장은 언제부터 신천 근처에 자리잡게 됐을까. 시계를 일제강점기로 돌려보자. 당시 대구는 사과로 특히 유명했는데, 일본인을 위한 관광 안내지도에도 붉은 사과가 그려질 정도였다. 칠성동 일대는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사과와 채소 재배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재배한 사과를 내다팔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갓 수확한 농산물을 찾는 일본인들이 몰려들었고, 채소까지 품목이 확대되며 시장 규모도 점차 커졌다.
지리적 이점도 한몫했다. 대구 중심부인 경상감영과 가깝고, 개통 초기의 대구역과도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났다. 시장 주변은 일본인 손님뿐 아니라 물건을 납품하는 상인, 고물상까지 몰려들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복 이후 칠성종합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일본인들이 떠나며 주요 고객층이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해외에서 귀환한 동포들이 채웠다. 이후 대구가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유입된 농촌 이주민들까지 더해지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칠성시장은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수산물과 과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젊은 층의 발길이 줄면서 시장의 활기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대형 도로를 벗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인적이 드물고, 문을 닫은 점포가 이어진다. 한 골목에 남은 가게가 서너 곳에 불과하다.
30년간 칠성원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한 김모 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잡화점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어르신들이 저렴한 믹스커피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 가게를 찾는 때를 제외하고는 썰렁함만이 감돈다.
김씨는 "젊은 층들은 쿠팡이나 대형 식자재 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잡화를 구매한다. 당장 우리 며느리만 해도 잡화점에서 장을 보지 않더라"며 "30년 전에는 이 골목에 과자, 문구를 파는 가게로 북적였는데, 이제는 흔적조차 없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가게를 찾는 사람이 전부 사라질 것만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시장 내 '완구골목'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이제 구하기 어려운 옛 문구와 장난감을 찾는 이들의 '성지'가 됐다.
과거 부모의 손을 잡고 찾았던 장난감 가게 일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은 책 형태의 '깔깔 유머집', 자수 세트, 색색의 학종이 등 추억의 물건들이 손님을 맞는다. 방문객들은 문방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신상' 장난감도 빼놓을 수 없다. 문구점들은 추억의 장난감뿐만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촉감 장난감'도 들여놨다. 그 덕에 MZ 세대의 방문 열기가 뜨겁다. 일본 캐릭터가 그려진 테이프나 수저, 작은 가방을 도매가로 살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
시내에 있는 문방구나 소품가게보다 장난감의 종류가 훨씬 많고, 도매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많이들 방문하는 동성로, 중앙로역과도 크게 멀지 않아 여행객들이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칠성시장 완구골목을 돌아보던 이모(27)씨도 그 중 하나다. 친구와 둘이서 여행차 대구를 방문한 참이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인 'X'(구 트위터) 등에서 볼거리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칠성시장을 방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씨는 "촉감 장난감 종류인 '말랑이'를 구매하고 싶어서 돌아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가격이 싸고 종류가 많다는 정보글을 읽고, 여행 코스에 칠성시장을 넣었다"고 했다.
청과시장으로 출발한 칠성시장은 일제강점기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과거에 비해 방문객은 줄었지만, 최근에는 MZ세대의 방문 후기가 이어지며 '세대 교체'의 흐름이 감지된다.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 위에 새로운 소비층이 더해지며 시장은 또 다른 모습으로 버티는 셈이다.
앞으로의 칠성시장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골목 곳곳을 직접 걸어보면, 그 변화를 선명하게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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