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려요~ 어렵지만 잘 따라해 보겠습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이 가위와 빗을 쥔 채 마네킹 앞에서 잠시 멈췄다. 머리카락 끝자락을 일직선으로 맞추고, 머릿결을 살리며 커트를 완성해 나갔다. 완성된 헤어컷을 바라보며 웃었다. "제 실력 어때요. 이 정도면 나쁘진 않죠"
◆ 3대 1 경쟁 뚫은 16명
지난달 1일 오전 대구 중구 교동의 한 뷰티아카데미 교육실. 베트남·캄보디아·중국·일본·대만 출신 결혼이민여성 16명이 헤어 커트 실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은 약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 말까지 5개월 일정으로 헤어·피부미용 국가자격증 취득 과정에 입문한 이들이다. 매주 월·수·목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주 3회 실습 강의를 받는다. 교육실 안에는 머리카락 냄새와 집중하는 숨소리가 가득했다.
이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2026년 결혼이민여성 취·창업 역량강화 특화 사업'이다. 대구 중구가족센터와 에르모소 뷰티아카데미 대구캠퍼스가 공동 운영한다. 한국 거주 2년 이상의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며 수강료는 전액 무료다. 헤어 커트·펌·염색부터 피부 관리·네일아트·메이크업까지 미용 전반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이다. 단순한 취미 교육이 아니다. 국가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한 실질적인 취업 준비 과정이다.
박선영(51) 원장은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결혼이민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25년 말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는 18만8,105명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중 결혼이민자는 5,838명이다. 이들이 한국 적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교육으로 한국어 교육·한국 음식 강좌와 함께 취업 교육을 꼽는다.
이날 실습 주제는 헤어 커트의 기본기였다. 강사는 "이마와 귀를 덮는 커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화사하면서도 어려 보이고 표정도 밝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머리카락을 둥글게 정리하면 귀여운 느낌과 함께 긴 얼굴의 단점도 보완된다. 교육생들은 강사의 말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을 고정한 채 손을 움직였다.
◆ "자격증 따서 6명 가족의 머리는 제가 책임집니다"
참가자들의 꿈은 저마다 구체적이었다. 14년째 대구에 살고 있는 중국 출신 차연매(42) 씨는 "자격증을 따서 노후 대비를 하려 한다"며 "고물가시대에 6명 가족의 헤어 미용도 제가 직접 책임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득 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미용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술을 생계 수단으로만 보지 않았다. 나눔의 도구로도 그리고 있었다.
계명문화대 뷰티스킨테라피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중국 출신 김춘녀(45) 씨는 "수업도 무료이고 선생님도 전문가라서 좋다"고 강조했다. 웃음 속에 담긴 말이었지만, 경제적 부담 없이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기회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대구에 온 지 10년째인 베트남 출신 딘티타인냐(33) 씨의 눈은 이미 한국 너머를 향해 있었다. "한국에서 큰 가게를 차려 베트남에도 알리고 싶어요. 가게를 예쁘게 꾸미고 돈도 많이 벌고 싶습니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었다. 벌써 가게 인테리어까지 머릿속에 그려놓았다. 베트남 출신 노성은(32) 씨는 "헤어 커트와 펌이 화려하고 예쁘고 재미있었다"며 "배운 대로 잘 따라하고 있다"고 했다. 어색하게 시작한 손놀림이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제법 능숙해져 있었다.
◆ 1기생은 이미 달서구에서 미용실 운영 중
결혼이민여성들이 헤어 미용 분야를 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용업은 자격증만 있으면 비교적 낮은 창업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한국어 능력의 한계를 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K-뷰티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국 커뮤니티를 겨냥한 미용실이나 뷰티숍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성과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의 1기 수료생인 중국 출신 왕웨이옌(38) 씨는 자격증 취득 후 곧바로 달서구에 미용실을 열었다. 현재 성업 중이다. 2·3기 수료생들도 미용업계에 취업해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구가족센터 관계자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교육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서로의 헤어 커트 작품 앞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었다. 오늘 배운 것을 기록해 두려는 것이었다. 마네킹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던 손들이 이제 셔터를 누르며 웃고 있었다. 5개월 뒤 자격증을 쥐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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