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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칼럼] 대구경북 생존 전략: '지식 영토'를 확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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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이현식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이현식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

해마다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제자들의 어깨에는 설렘보다 불안이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

"교수님, 결국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저하며 꺼내는 이 한마디 앞에서는 어떤 위로나 격려도 길을 잃기 쉽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하기까지 수없이 겪었을 막막함과 고민의 깊이를 알기에, 짙은 씁쓸함이 묻어나지만 축하한다는 말로 아쉬움을 감출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달 발표하는 암울한 지방 소멸 수치나 경제 지표보다,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짐을 든 채 수도권행 기차에 오르는 청년들의 뒷모습이 지금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을 훨씬 더 아프고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과 삼십 년 전만 해도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펄떡이는 심장이었다. 밤낮없이 돌아가던 방직 공장과 산업 현장의 뼈대를 이루던 기계·부품 산업, 활기 넘치던 구미의 전자 산업단지와 포항의 철강은 이 지역의 자부심이자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거대한 엔진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진행되던 수도권 집중화는 최근 들어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바이오 혁명의 거센 흐름 속에서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도심의 빈 점포, 활기를 잃은 산업단지 주변 상권, 줄어드는 학교의 신입생 수를 단순히 경기 침체나 인구 감소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더 뼈아픈 현실은 청년들이 고향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고, 수도권에 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체념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쇠락의 파도를 어떻게 넘어서야 할까.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는 외부에서 대규모 공장을 유치하거나 번듯한 인프라를 건설하는 등 눈에 보이는 처방에 기대왔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면, 특정 수종에만 의존하는 숲이 작은 병해충에도 무너지듯, 단일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 생태계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대구경북이 회복 탄력성을 가지려면 지역 안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지식을 만들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 사회의 자양분이 되는 '지식 생태계'가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

이 지식 생태계의 한가운데에 바로 거점 국립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대학을 지나치게 취업 준비 기관이나 단기 성과 생산 기지로만 바라본다. 대학의 가치는 취업률로 평가되고, 연구는 몇 년 안에 매출과 특허로 이어지는 잣대로 재단된다. 그러나 기초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기초학문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늦더라도 미래 산업의 가장 깊은 뿌리다. 오늘의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기술도 수십 년 전 대학 연구실에서 이어진 끈질긴 탐구 위에서 자라났다. 뿌리가 약한 숲에서 건강한 열매를 기대할 수 없듯, 대학 연구의 토대가 약해진 지역은 결국 외부 기술과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튼튼한 학문적 뿌리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 지식 생태계를 가꿔나갈 '사람', 즉 청년 연구자들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 막 학문의 길에 접어든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들과 젊은 박사후연구원들이 짐을 싸서 떠나지 않도록 거점 국립대가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생계의 불안 없이 학문에 매진하고, 지역에 머물면서도 세계적인 학자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 거점 국립대와 지역 사회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우수한 청년들이 만들어낸 연구 성과가 대구경북이 육성하고자 하는 미래 모빌리티, 로봇, 첨단 바이오 등과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갈 때 지역 경제는 비로소 다시 역동하기 시작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상아탑의 높은 담장을 과감히 낮추고, 지자체와 지역 기업, 시민 사회와 하나의 거대한 지식 공동체로 융합해야 한다. 나아가 세계 유수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대구경북을 닫힌 우물 안이 아닌 글로벌 학문 교류와 기술 혁신의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불빛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끝까지 밝힐 수 없다. 대구와 경북이라는 물리적 땅의 크기는 정해져 있지만, 우리가 지혜를 모아 개척할 지식의 영토에는 국경도 한계도 없다. 대구경북이 무기력한 주변부로 밀려날 것인가, 지식과 혁신이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중심으로 다시 설 것인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진정한 지방 시대의 출발점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자산인 우리의 '지식 영토'를 끝없이 확장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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