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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호준] 한 표의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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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특히,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초접전(超接戰) 구도로 전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결과를 떠나 역대 대구시장 선거 중 이번만큼 한 표의 소중함이 환기된 적도 없었다. 매번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독주였으나 이번엔 접전이 펼쳐지면서 한 표의 무게감을 더했다.

앞선 지선에서 '한 표 차' 승부가 벌어진 적도 있다. 2008년 강원 고성군수 재보궐선거에서 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득표수가 같아 재검표(再檢票)가 실시됐고 한 후보의 한 표가 무효표 처리되면서 '한 표 차' 당선이 결정됐다. 2022년 나주시의원 선거에서도 두 후보의 득표수가 같아 공직선거법의 '득표수가 같을 때는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나이가 더 많은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연장자 당선보다 '운'을 더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켄터키주 등 일부 주에선 득표수가 같을 경우 포커 카드를 뽑거나 동전을 던지기도 한다. 2017년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선거에선 동수(同數)가 나오자 선관위는 두 후보의 이름표를 필름 통에 넣은 뒤 그릇에 담아 제비뽑기를 했다. 이 한 표 덕분에 겨우 단독으로 의석 과반 다수당 지위를 사수할 수 있게 됐다. 제비뽑기 한 표가 다수당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1794~1795년엔 이런 일도 있었다. 미 하원에 법률안을 독일어로 번역해 출간해 달라는 청원이 접수됐다. 표결 결과는 찬성 41, 반대 42. 한 표 차이로 청원은 부결됐다. 이는 훗날 '1표 차이로 미국의 국어(國語)가 독일어 대신 영어가 됐다'는 이른바 '묄렌베르크의 전설'로 와전됐다. 국어 지정 투표는 아니었지만 한 표가 가진 무게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 표 한 표가 모여 대의 민주주의를 완성하지만, 투표율을 높이려다 민심 왜곡 논란에 맞닥뜨리는 경우도 있다. 호주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 그렇다 보니 투표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투표지 맨 위 후보부터 순서대로 번호를 적고 나가는 이른바 '당나귀 투표'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선거는 끝났다. '누군가'가 당선됐다. 나의 한 표가 어려움에 놓였던 '그'에게 기적이 됐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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