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대한민국은 조별 예선 1차전에서 체코에 승리함으로써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재현을 기대하게 되었다. 스포츠는 강대국 여부를 떠나 공평한 룰(rule)에 입각해서 신사답게 승부를 겨룰 것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힘을 뽐내고 싶은 각국은 금지된 힘의 사용 대신 스포츠 경기에서 각축(角逐)을 벌임으로써 대리 만족을 느끼곤 한다. '소리 없는 전쟁'인 셈이다.
1954년 대한민국의 축구팀은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당시 대표 팀은 제대로 된 축구화조차 갖추지 못했고, 항공권을 구할 돈이 없어 무려 60시간이나 걸려 스위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조별 예선에서 2연패를 했지만, 끝까지 분투했던 당시 대표 팀의 기개(氣槪)가 오늘과 같은 대한민국 축구팀을 만든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국민의 열정적 응원과 함께 훌륭한 선수 양성, 훈련과 전술 프로그램의 과학적 운용, 재정적 뒷받침 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축구는 큰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지만 월드컵에서의 승리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에서는 유독 탈진하는 선수가 많다고 한다. 승리에는 공짜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한국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도 73년이 되었다. 한국전쟁 동안 전 국토는 폐허화되었고, 500만~60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러한 희생에는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 군인도 많았다. 예컨대 한국전쟁에 자신의 아들을 참전시킨 미군 장성은 142명이었고, 그중 35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워커(Walker), 클라크(Clark) 사령관, 아이젠하워(Eisenhower) 대통령 등 익숙한 이름의 아들이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제임스 벤 플리트(James Van Fleet) 미8군 사령관의 외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폭격기 조종사로 단독 출격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구조를 위한 수색대가 꾸려졌고, 이틀째 되던 날 벤 플리트 사령관은 수색 중단을 명령했다. 내 아들을 찾고자 다른 부모의 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논리였다. 숭고(崇高)하지만 가슴 아픈 결정이었을 것이다.
한국전쟁에 전투원을 파병한 16개국의 인적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 자유를 위해 흘린 피와 애잔한 사연의 대가였던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이란-미국 전쟁 등을 통해 전쟁이란 '지옥과 같은 삶'임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었다. 76년 전의 한국전쟁의 참상이 그러했던 것처럼…….
73년 동안 대한민국은 평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려스럽게도 한 면에서 평화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경향도 보인다. 그러나 평화는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는 유리병과 같은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빈번한 총성이 한반도에서 다시 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전쟁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스스로의 이중적 의식을 본질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더 이상 전쟁에 대해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성을 파괴하고 나아가 인류를 공멸케 하는 전쟁, "전쟁은 더 이상 안 된다"라고 크게 외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탈진할 만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왜냐하면 평화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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