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 자리한 곽병원은 지역 의료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병원이다. 1950년대 개원 이후 70여 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며 지역 대표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고(故) 곽예순 박사가 설립한 병원을 아들 곽동협 병원장이 이어받고, 최근 손자인 곽일훈 과장까지 합류하면서 3대로 이어지는 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함께 병원을 이끌어가고 있는 부자(父子)는 "병원을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의료에 대한 책임을 이어받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흔치 않은 '3대 병원'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70여년 간 지역민과 함께 한 곽병원
곽병원의 역사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곽예순 박사가 대구 중구 수동에 문을 연 '곽외과의원'이 현재 곽병원의 출발점이다.
곽 박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학으로 의학을 공부해 1946년 의사시험에 합격했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병원을 열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하며 인술을 실천했다. 1963년 병원을 확장해 종합병원인 곽병원을 개원했고, 이후 70여 년 동안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며 대구를 대표하는 민간 종합병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곽 박사는 2002년 별세했지만, 환자를 먼저 생각했던 그의 의료 철학은 지금까지도 병원의 뿌리가 되고 있다.
곽동협 병원장은 아버지에 대해 "단순 의사가 아니라 모든 걸 다 했던 분"이라 표현하며 "병원 수익으로 장학 사업도 하고, 새마을운동도 선도하셨다. 워낙 큰 어른이었다 보니 병원을 맡으며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곽 병원장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사회공헌과 나눔 활동을 이어왔다. 의료 현장에서는 새로운 의료기술을 도입하는 데 힘썼다. 지역 최초로 수면내시경을 도입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와 위·대장 점막절제술 등 선진 의료기술을 현장에 활용하는 혁신을 이어갔다. 한때 맹장염 수술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는 곽병원의 가장 큰 시련이었다. 팬데믹 초기, 확진자가 내원하면서 병동이 폐쇄됐고, 진료를 한 곽 병원장 본인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격리를 마친 곽 병원장이 선택한 것은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의사들이 의심 환자나 확진자를 진료하기 꺼려했지만, 곽 병원장은 '의사의 본분'을 지켰다. 병원 운영이 쉽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개인 성금까지 기부했던 곽 병원장은 "모두가 힘든 시기였던 만큼 함께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도권 대신 고향 선택한 손자…"사명감"
곽일훈 과장은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서울병원 등 수도권에서 정형외과 진료를 이어왔다. 수도권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고향인 대구였다. 곽 과장은 "할아버지가 시작하고 아버지가 이어가고 있는 일을 돕는 것도 이유였지만, 지역 의료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컸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병원의 일원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의사가 되어 병원을 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부담도 적지 않았다. 곽 과장은 "'곽병원 아들'이라는 꼬리표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의사가 되어보니 이 일이 천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곽예순 박사는 따뜻하게 웃어주고 손자의 입에 맛있는걸 넣어주던 다정한 할아버지였지만, 의사로서는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본인보다 병원과 환자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오셨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진료를 거른 적이 없었다. 장기 휴가나 해외여행 조차 한 적이 없으니 그런 모습을 보며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난 3월부터 아버지와 한 병원에서 진료하며 자연스럽게 협진도 하고 있다. 곽 과장은 "정형외과 특성상 어르신들이 많이 찾고, 내과 질환을 동반하신 분들도 많아 항상 아버지께 자문을 구한다"며 "지금도 학회 활동을 꾸준히 하며 최신 의료를 공부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 전통은 지키고, 의료는 더 새롭게
두 세대는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지역에서 끝까지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그 미래다. 곽 과장은 현재 지역 의료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으로 의료 인력이 집중되고 대학병원의 인력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2차 병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파제 같은 병원'라고 곽병원을 부르는 말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는 그는 "몸이 아프고 해결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병원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언제든 믿고 찾을 수 있는 지역 의료의 방파제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곽병원이 오랫동안 지켜온 '친절·청결·신속·저렴'이라는 네 가지 경영 철학 위에 최신 의료를 더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의료는 계속 발전합니다. 의료진이 수도권과 해외 학회에서 최신 지견을 배우고, 이를 지역 환자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구에서도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곽동협 병원장은 마지막으로 "이제 병원의 미래는 아들의 몫"이라며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곳입니다. 70년 넘게 그래왔듯 앞으로도 지역을 지키는 병원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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