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10년 넘게 유지해온 단독대표 체제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를 양대 축으로 나눠 부문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인 종합투자계좌(IMA) 사업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회사 출범 이후 처음 도입되는 체제인 만큼 IB와 WM 간 자본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나 부문 간 칸막이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을 조율하는 동시에 취약해진 내부통제를 다잡는 일이 새 경영진의 과제로 꼽힌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재욱 IB부문 대표와 배광수 WM부문 대표를 각자대표로 공식 선임했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통합으로 재출범한 지 10년 만에 첫 지휘 체계 변화다. 신 대표가 IB·운용·법인영업(홀세일)과 전사 관리 부문을, 배 대표가 WM·디지털·채널·리서치 부문을 각각 총괄한다.
각자대표 체제는 최근 대형 증권사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이미 부문을 나눠 투톱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위탁매매 중심이던 수익 구조가 IB와 WM,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자기자본투자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한 명의 대표가 전 부문을 총괄하기보다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대표가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갖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번 NH투자증권 각자대표 전환의 명분으로 IMA 사업이 꼽힌다. IMA는 발행어음과 달리 발행 한도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한 사업으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3개사만 영위할 수 있다. 올해 사업 기반을 확보한 NH투자증권으로선 신 대표의 IB 소싱 역량과 배 대표의 WM 자금 유치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 신성장 동력 확보의 과제로 꼽힌다.
두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시너지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고객자산 확대가 기업금융의 우량 투자기회 선점과 운용성과 제고로 이어지고 높아진 운용성과가 다시 고객자산 증대를 견인하는 선순환 통합성장 구조"라며 비즈니스 모델과 제도적 기반을 시너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부문 간 칸막이와 자본 배분 마찰 등 각자대표 체제의 부작용 관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문별로 대표가 나뉘면 전문성과 의사결정 속도는 높아지지만 부문 간 칸막이가 생기거나 자본 배분을 둘러싼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실제 KB증권은 WM과 IB 부문 간 자본 배분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이같은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자원배분위원회를 신설했다. 주요 투자와 자본 활용 등 핵심 의사결정을 전사 차원에서 통합 관리해 두 부문에 자본을 균형 있게 배분하겠다는 취지다. 전략자원배분위원회는 각 부문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각 사업부 대표가 회사 자원에 관한 사항을 주기적으로 논의·결정한다.
내부통제 강화도 과제로 남는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전직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 등 내부통제 논란에 휩싸였다. 사상 첫 순이익 1조원의 최대 실적을 이끌고도 윤병운 전 대표의 연임이 무산된 데에는 이런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두 신임 대표가 취임사에서 영업 초기 단계부터 리스크 점검이 작동하도록 하겠다며 내부통제를 핵심 경영 방향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의 조직 운영은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일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에서 퇴임 임원 없이 기존 임원을 모두 유임하고 대표 승진으로 생긴 공석만 채우는 데 그쳤다. 통상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뒤따르는 대규모 인적 쇄신 대신 첫 각자대표 체제의 조기 안착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 대표(1970년생)와 배 대표(1972년생)가 전무·상무에서 대표로 올라선 만큼 이들보다 위인 1960년대생 부사장단을 중심으로 연말 세대교체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판 속에 시작된 각자대표 체제를 바라보는 내부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두 대표 모두 각자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고, 능력 면에서도 이견이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기 때문이다. 전무·상무급이 부사장급 임원들을 제치고 대표에 오르면서 연차나 직위보다 성과와 실력이 앞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직원들에게 승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반응도 나온다.
NH투자증권 한 임원은 "각 분야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누구도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 인물들"이라며 "직원들 입장에선 파격이지만 그만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업 부문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면서 "새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사업 부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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