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모두가 같은 교문을 향해 걸어갈 필요는 없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진로 상담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진로 상담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7월이면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방학을 맞이한다. 중학교 3학년에게 여름방학은 단순한 휴식 기간이 아니다. 수험생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고민을 안고 1학기를 마무리한다. 바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당연히 인문계 고교에 진학해야죠'다. 고등학교 원서를 쓰기 직전까지도 어떻게 하면 인문계 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학군지일수록 인문계 고교 진학은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여전히 많은 학부모가 인문계 고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른 진로 선택에 대한 불안감과 마이스터고·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에게 인문계 고교가 최선의 선택일까?

◆달라진 시대, 달라져야 할 진학의 기준

현재 학부모 세대가 학생이던 시절엔 대학에 진학해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중요한 통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온라인을 통해 학습하거나 학점을 이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직업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고교의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하다. 많은 학부모가 고교를 '인문계'와 '그 외 학교'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와 같은 특수목적고가 있고, 기계·반도체·소프트웨어·농업·항공 등 특정 산업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도 있다. 또 특성화고에서는 공업뿐 아니라 상업·보건·관광·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

특히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는 과거의 직업교육 중심 이미지를 넘어 미래 산업과 연결된 전문 인력 양성 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로봇·소프트웨어·드론·자동차·바이오 산업 등 첨단 분야와 직접 연계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이 밖에도 일반고 안에 과학중점·미술중점 등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적성에 맞는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실제로 학생들을 진학 지도하다 보면 이러한 다양한 학교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중3이 되기 전까지 진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부모가 인문계 고교 진학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진로 선택은 기나긴 터널 속으로 수십 명의 학생을 동시에 밀어 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지도했던 학생 중 한 명은 과학고 진학을 희망했다. 중2 때 담임을 맡으며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고, 영재학교 모의 면접 참가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경험 삼아 도전해 보라고 응원했고 그 경험을 통해 더 큰 목표를 갖게 됐다. 직접 영재고에 가서 모의 면접까지 보고 나니 막연했던 목표가 확실해진 것이다. 결국 그 학생은 졸업하던 해에 영재학교에 합격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음악을 좋아했지만 성적 때문에 예술고 진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학생이어서 관련 학과가 있는 특성화고를 추천했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특성화고 진학을 마땅치 않게 여겼고 어떻게든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결국 인문계 고교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 않아 특성화고에 진학하게 됐는데, 그는 실기 중심 수업이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같은 속도와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학생은 이론을 배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학생은 직접 만들고 설계하며 실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거나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주변 분위기에 떠밀려 진학한다면 학업에 흥미를 잃거나 의미 없는 고교 생활을 보낼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한 학생은 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경험하며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은 길을 함께 찾는 것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고교에 진학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현재 수준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교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자녀와 함께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다. 고교 입학설명회에 참석하고, 학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며, 졸업생들의 진로 사례를 알아보는 노력은 자녀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진학은 부모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같은 교문을 향해 걸어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문계 고교 진학 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고교는 학생의 인생에서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이번 여름방학이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연필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무섭노' 발언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전체주의적 검열 사회를 경고했다. 해당 발언은 리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직후 담합을 통해 유가를 폭등시킨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직원들이 기소되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정부 발표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의 실질적인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TK...
캐나다 정부가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 원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