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교영] 매미 소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일본의 시성(詩聖) 마쓰오 바쇼가 지은 하이쿠(俳句)다. 단단한 바위에 스며드는 소리라니. 짧은 글 속에 생명의 울림이 깊다.

'살인 더위' '극한 폭염'.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매미 소리는 청각적 여름 풍경이다. 그 청량한 소리는 혹서(酷暑)를 잠시 잊게 한다. 자연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는 게 가당치 않지만, 글로 옮겨본다. "맴맴맴맴 매~~"(참매미), "찌르르르~~"(말매미), "쓰르름쓰르름~~"(쓰름매미). 도심에선 참매미, 쓰름매미 울음은 들리지 않고, 사이렌 소리 같은 말매미 울음만 귀청을 때린다.

현기영 작가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등장하는 문장은 퍽 인상적이다. "소나기처럼 귀청 따갑게 왁자하니 쏟아지던 매미 울음소리." 여름을 농축(濃縮)한 표현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으로 3~7년 동안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우화(羽化)한다. 성충이 된 매미는 2~4주 살다가 짝짓기해 알을 낳고 죽는다. 이런 매미의 생애는 강인한 삶과 존재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매미 소리는 문학과 영화에서 고독과 허무를 암시하는 메타포(metaphor)로 자주 활용된다.

매미는 청량(淸亮)한 소리만큼 청량(淸良)한 본성을 지녔다. 매미 얘기를 하면서, 오덕(五德)과 익선관(翼善冠)을 빼놓을 수 없겠다. 조선시대 왕과 관리가 쓰는 관을 익선관이라고 했다. 관 뒤쪽을 매미의 날개 모양으로 꾸민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진나라 시인 육우(陸羽)가 말한 매미의 오덕을 익선관에 형상화한 것이다. 오덕은 이렇다. 첫째, 매미의 곧은 입은 늘어진 선비의 갓끈과 닮았다. 고로 매미는 학문(文)을 갖췄다. 둘째, 매미는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셋째, 사람이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廉)가 있다. 넷째, 집이 없으니 검소(儉)하다. 다섯째, 겨울이 되면 죽으니 신의(信)가 있다.

익선관은 매미의 오덕을 염두에 두며 선정(善政)을 펼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익선관은 오늘의 정치인들에게도 유용하겠다. 오덕 가운데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국무위원, 국회의원들이 서로의 익선관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오늘따라 매미의 떼창이 우렁차다.

kimky@imaeil.com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주째 하락하여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43.3%, 부정 ...
대구 수성구 범어4동 장원맨션 재건축사업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본격 추진되며, 조합원들의 높은 동의율(89.78%)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한 달여 만에 '광주특별시' 약칭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었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찬반 의견이 격화되고 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