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급률, 눈부신 지식·기술 수준, 도시마다 하늘 높이 솟은 끝없는 아파트 라인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초연결사회이자 도시화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외형 뒤편에는,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어두운 고립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상 '더 나은 삶 지수(BLI)'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주거 영역 1위, 지식·기술 영역 2위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둔 반면, 인간적 유대감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 영역에서는 최하위권인 37위에 머무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곤경에 빠졌을 때 도움을 요청할 친지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지지(支持)' 지표는 OECD 38개국 중 꼴찌인 38위였다.
이런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정서적 삶마저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36위(6.5점)에 그쳤으며, 부정적 정서 균형 지표 역시 29위에 머물렀다. 물질적 자산이나 주거 환경, 학업 성취도 등 외부적인 성과 지표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막상 삶을 체감하는 개인의 주관적 행복감과 정서적 안녕은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외롭게 만들었는가. 전문가들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개인의 정서적·문화적 발전 간의 박탈감(剝奪感)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됐고, 타인은 협력과 유대의 대상이 아닌 넘어서야 할 경쟁 상대로 인식됐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대면 상호작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공동체는 빠르게 해체됐다. 몸은 물리적으로 밀집된 도시에 살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철저히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는 결국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결과 삶의 여유가 부재한 풍요는 사막 위에 세워진 화려한 빌딩과 같다. 껍데기뿐인 성장에서 벗어나, 서로의 삶을 받쳐주는 견고한 사회적 지지망을 다시 구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hanyunj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남북 교류 막혔는데 또 1515억…"남북협력기금 '쌈짓돈' 우려"
李대통령 "개혁 이름으로 개혁 방해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
프랑스 다음은 중앙亞…李대통령 외교엔 빈틈 없는데, 인사·부동산엔 언제 답하나
김승원 "취임 시 국힘 정당해산 요건 검토…공소 취소 폐지는 신중해야"
정부, 北 병원 의료장비 166종 지원 추진…김대식 "굴종적 대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