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유례(類例)없는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29일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광주 군 공항 부지를 후보지로 확정했고, 하루 뒤인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LH는 지정 당일 곧바로 조사설계용역 사전규격공고를 냈다. 통상 107일 걸리는 용역업체 선정 기간을 58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반도체 경쟁력이 시간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진행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의 이면(裏面)에서 절차가 무시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국토부의 공식 사업 참여 요청 공문이 나오기도 전인 7월 27일 자체 후보지 선정 경영투자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의 참여 요청은 7월 30일이었다. 산업입지정책심의회의 후보지 심의·의결(7월 29일)보다도 이틀이나 앞서,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지도 않은 LH가 내부적으로 투자 심사를 사실상 마쳐 놓은 셈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공식 요청도 없는 사업에 LH가 무슨 근거로, 누구의 지시로 위원회부터 소집했는지, 청와대와 국토부의 움직임을 미리 예견한 것인지, 비공식적으로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인지 등 짚어야 할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 사업일수록 초기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훗날 정치적 부담이나 특혜 시비, 나아가 감사원 감사나 수사로 비화(飛火)할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가 안팎의 우려 섞인 말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국토부와 LH는 7월 27일 위원회 개최 경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어떤 근거로, 누구의 요청이나 지시로 회의가 열렸는지, 심의 내용이 이후 정식 절차와 어떻게 연결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밝히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식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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