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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84년 31회>가작 강부만 작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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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변, 소등에 올라탄 소년들

가작 강부만 작
가작 강부만 작 '귀로'

1983년 여름, 경남 합천의 어느 시골 마을.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에게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당시 시골에서는 소를 먹이는 일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어른들이 논밭에 나가 농삿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소의 고삐를 잡고 들판이나 강변으로 나갔다. 소에게 풀을 실컷 먹이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다.

그날도 도훈이와 성삼이, 병렬이는 소를 몰고 황강변으로 나섰다.

"야, 빨리 가자. 소 배고프겠다."

성삼이가 소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소가 길가의 풀을 뜯으면 잠시 멈춰 기다리기도 했다.황강변에 도착하자 푸르른 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소들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연한 풀을 뜯기 시작했다.

"음메에∼."

한 마리가 길게 울었다.아이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웃었다.아이들은 소가 풀을 뜯는 동안 강가를 뛰어다니고, 풀밭을 헤집고 다니며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소가 엉뚱한 곳으로 가면 얼른 달려가 고삐를 잡아당겼다.

"야! 거기는 안 돼. 이쪽으로 와!"

성삼이가 소를 끌어왔다.당시에는 소가 집안의 중요한 재산이었다. 소 한 마리가 농사일을 도왔고, 새끼를 낳으면 집안 살림에도 보탬이 됐다. 그러니 아이들이 소를 돌보는 일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하지만 아이들에게 소 먹이는 일은 힘든 심부름인 동시에 즐거운 놀이이기도 했다.

특히 소등은 최고의 놀이터였다.

도훈이가 슬그머니 소에게 다가가더니 냉큼 등에 올라탔다.

"야! 도훈이 또 소 탄다!"

병렬이가 웃으며 소리쳤다.

도훈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등에 올라앉았다. 한 손에는 모자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몸의 균형을 잡았다. 마치 말을 탄 장수처럼 제법 의젓한 모습이었다.

성삼이가 고삐를 잡았다.

"자, 간다!"

소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소의 걸음에 따라 도훈이의 몸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야, 천천히 가!"

도훈이가 소리쳤다.

"소가 가는 대로 가는 거지!"

성삼이가 깔깔 웃었다.

그 순간 소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어어!"

도훈이가 몸을 휘청거리자 병렬이는 배를 잡고 웃었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도훈이는 간신히 소등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황강변에 퍼졌다.

주변의 다른 소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소들이 풀을 질겅질겅 씹고, 꼬리를 휘휘 저으며 날아드는 파리를 쫓았다. 해가 서산 쪽으로 기울 무렵, 성삼이가 말했다.

"이제 소 데리고 집에 가자. 엄마 기다리겠다."

아이들은 다시 소의 고삐를 잡았다.

"야, 이놈아! 집에 가자."

소를 앞세우고 아이들이 뒤따랐다. 황강변의 긴 그림자가 아이들과 소의 발밑으로 길게 늘어졌다.그날 황강변에서 소를 먹이던 도훈이와 성삼이, 병렬이의 웃음소리는 강부만 작 '귀로' 사진 속에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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