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서두르면서 사업 부지로 지정한 광주 군 공항의 전력(戰力) 일부를 대구경북(TK)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됐다. 광주 제1전투비행단의 T-50 고등훈련기 2개 비행교육대대를 경북 예천군의 제16전투비행단에 임시 배치하고, 예천의 기존 기능 일부를 옮기는 방안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이란 국가적 목표를 위해 TK에 희생을 요구하는 셈이다.
당초 광주 군 공항은 2032년 준공 목표인 전남 무안군의 새 공항으로 옮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격전'(電擊戰)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28년 중반까지 광주 군 공항을 비우기로 했다. 군 내부에서는 전력 운용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최소 3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발표 후 군의 입장은 바뀌었다. 군사시설 이전을 산업정책의 속도전에 맞춰 밀어붙여도 되는지 의문이다.
TK 주민의 박탈감(剝奪感)도 커지고 있다. 대구 군 공항 이전(신공항 건설) 사업은 재원 확보 문제 등으로 답보 상태다. 그런데 정부는 대구 군 공항 이전엔 인색한 채, 광주 군 공항 이전의 후속 부담을 TK에 지우려 한다. TK에선 "왜 우리는 뒷전이거나, 뒷감당만 해야 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임시 배치'란 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안 군 공항 이전이 차질을 빚으면, 예천 배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 공항이 들어선 지역이 겪는 소음(騷音) 등 생활 불편을 생각하면, 정부가 임시 조치란 설명만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전력 재배치의 불가피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과 보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사업이란 점에는 이의(異議)가 없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산업 육성을 위해 다른 지역에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이란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안보와 주민의 삶이 걸린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속도보다 원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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