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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전망]'존심애물'(存心愛物), 의료는 백성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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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430여 년 전 경북 상주에 특별한 의료기관 하나가 세워졌다.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인 1599년, 상주지역 선비와 사족들이 뜻을 모아 만든 '존애원'(存愛院)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백성들의 삶은 궁핍했다. 굶주림과 질병이 이어졌다. 지방에서는 약재도 의사도 구하기 어려웠다. 국가의 의료체계가 백성들의 삶을 충분히 돌보지 못하던 때였다.

백성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상주지역 13개 문중은 재원을 내놓았다. '유의'들이 나서 백성을 치료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유의'(儒醫)다. 조선시대 안동에는 유학을 공부하면서 의학을 익히고 백성들의 병을 돌보던 '유의'의 전통이 있었다.

한국국학진흥원 등이 소개한 자료를 보면 안동권씨 문중에서는 의서 형태의 '약방문'을 만들어 실제 질병 치료에 활용했다. 안동지역 유의 임정한은 '존양요결'이라는 의학 관련 저술을 남겼다.

이처럼 경북지역에 전해오는 조선의 의료가 단순히 궁궐의 어의나 전문 의관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역의 선비들이 의서를 읽고 경험을 쌓아 병든 사람을 돌보는 유의의 전통은 '의료가 곧 백성을 위한 실천'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경북도와 안동시, 국립경국대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경북 국립의대 신설은 조선시대 의학 시스템에 담긴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일이다.

과거의 유의가 가까운 곳에서 병든 백성을 돌봤다면, 오늘날의 의대와 대학병원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만들어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권에서 기본적인 진료와 응급·중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 20일 교육부에 국립경국대학교 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서를 제출했다.

경북이 국립의대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북에도 의대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무엇보다 필수의료의 공백은 주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의대 신설 논의가 자칫 영남과 호남의 지역 안배 논리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의과대학을 세우는 것이 국민의 기초의료와 필수의료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확충할 수 있다는, 그것이면 충분하다.

의료는 정치적 지역 안배의 대상이 아니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은 빨라야 한다. 의과대학 하나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학을 만들고, 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부속병원을 세우고, 첫 의사를 배출하기까지 수년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존애원이라는 이름에는 지금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

'존심애물'(存心愛物). 자신의 본마음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그 가치의 실천을 국가가 해야 한다. 의료 취약지역 주민에게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존의 기회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최소한의 약속을 국가가 보여줘야 한다.

'경북 국립의대 신설'은 그래서 지역의 특혜가 아니다. 국민의 의료권을 지역에서부터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이다.

430년 전 상주의 존애원이 던졌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국가가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곳의 의료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그 물음에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통해 국가가 답을 해야 한다.

존애원에서 국립의대까지. 의료의 이름과 제도는 달라졌지만, 의료가 향해야 할 곳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이다. 그리고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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